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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이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천원숍’에 해당하는 이른바 ‘달러숍’ 업체 중 한 곳이 내년까지 1000곳의 점포를 폐쇄하기로 하는가 하면 맥도날드도 저소득층 고객 이탈이 늘면서 이같은 추세를 뒤집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소매업체 달러트리는 1만6700곳의 전체 매장 가운데 내년 까지 총 1000곳의 점포를 닫겠다고 발표했다. 달러트리는 2015년 경쟁사인 패밀리달러를 인수해 현재 2개의 달러숍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달러트리는 이 가운데 올해 600곳의 패밀리달러 매장을 폐쇄한 후 내년에는 패밀리달러 370곳과 달러트리 30곳을 닫을 계획이다. 지난 2019년 600개의 패밀리 달러 매장 폐쇄 이후 추가 폐점이다. 릭 드레일링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매장 내 도난과 인플레이션 등을 언급하며 “패밀리달러는 거시 환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폐점 배경을 성명했다.
패밀리달러와 달러트리, 달러제네럴과 같은 미국 내 달러숍 형태의 소매점은 통상 월마트나 타겟, 코스트코 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소비자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달러제네럴 고객의 평균 연간 소득은 4만 달러 미만으로 월마트나 타겟 고객의 평균소득(8만 달러)의 절반 이하다. 이는 곧 달러트리의 이번 매장 구조조정은 저소득층의 소비력 저하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달러트리는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171억10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주 고객층의 소비력에 맞춰 가격인상에 제한을 받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드와일링 CEO는 “보유 브랜드 중 달러 트리에는 연 소득 12만5000달러 이상의 고객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상품의 종류와 가격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회사의 신규 매장은 달러 트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맥도날드 역시 저소득층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맥도날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안 보든은 이날 투자자 행사에서 “지금 저소득 소비자들은 높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저축 감소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며 “이들 중 일부가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이같은 추세에 대응해 현재 미국 내 매장 10곳 중 9곳에서 4달러 이하의 묶음 상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연체율에서도 나타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소득 하위 25% 가계의 대출 연체율은 2022년 4분기 11.22%에서 지난해 말 12.85%로 1.63%포인트 늘어나 모든 소득 계층 중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뉴욕 연은은 “현재 모든 소득 구간의 연체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약간 높지만 최저 소득 구간의 가계가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체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는 특히 저소득층의 고통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