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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 중인 예멘 후티 반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란과 비밀회담을 가진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적대국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회담을 가진 것은 10개월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지난 1월 오만에서 이란 대표단과 비밀회담을 갖고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자행하고 있는 민간 선박 공격을 멈추도록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대표단으로는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에이브럼 페일리 이란 특사가, 이란 대표단에는 최고 핵 협상가로 알려진 알리 바게리카니 외교부 차관이 참석했다. 미국과 이란이 직접 회담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협상은 양측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오만 관료들을 사이에 두고 말을 전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지난달 2차 협상을 열기로 예정했으나 맥거크 조정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임시 휴전·인질 석방 협상단에 포함되면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번 회담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 친이란 세력이 일으킨 역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군사적 수단 외에 외교적 채널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과 간접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이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 등의) 모든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며 “더 큰 분쟁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전달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이 후티에 영향력을 행사해 실제 선박 공격이 중단될 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해 선박 공격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지만 이란은 후티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이란 한 관료는 FT에“이란은 후티 반군에 일종의 정신적 영향력만 갖고 있다고 반복해 말해왔다”며 “후티와 협상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지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