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SS 라치오를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
라치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우디네세와 28라운드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먼저 앞서간 팀은 우디네세였다. 라치오는 후반 2분 선제골을 헌납했다. 우디네세는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었다. 롱패스로 공격을 전개했고, 반대편으로 크로스가 올라왔다. 하사네 카마라는 왼발로 슈팅을 시도했고 중앙에 위치한 로렌초 루카가 발로 방향만 틀어 골대 안으로 득점했다.
라치오는 후반 4분 곧바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마티아 자카니가 빠른 돌파로 왼쪽 측면을 허물어뜨렸다. 자카니는 골라인까지 볼을 치고 들어가 컷백 크로스를 시도했다. 크로스는 우디네세 수비수 라우타로 지아네티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라치오는 후반 6분 또다시 실점하고 말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이 투입됐다. 산디 로브리치가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켜냈고, 플로리안 토뱅에게 연결했다. 토뱅은 뒤에서 쇄도하던 오이에르 자라가에세 패스했고, 자라가는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라치오는 추격하지 못하고 1-2로 패배했다. 라치오는 이날 경기 패배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과 더욱 멀어졌다. 라치오는 12승 4무 12패 승점 40점으로 리그 9위에 랭크됐다. 4위와 무려 11점 차이, 유럽대항전 마지노선인 6위와 7점 차이로 뒤져있다.
올 시즌 라치오의 성적은 저조하다. 지난 시즌 세리에 A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중위권까지 떨어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바이에른 뮌헨에 1·2차전 합계 스코어 1-3으로 패배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남은 것은 코파 이탈리아 뿐이다.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을 상당히 힘들어진다. 상대도 쉽지 않다. 내달 3일과 24일 라치오는 36회로 이탈리아 세리에 A 최다 우승에 빛나는 유벤투스와 4강전을 펼친다. 유벤투스는 현재 세리에 A 3위 팀이다.
사령탑인 사리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경질을 예상하기도 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치오는 사리 감독과 결별이 임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유는 올 시즌 성적 부진 때문이었다.
결국 사리 감독은 경질보다는 자진 사임을 선택했다. 라치오는 13일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사리 감독이 사임하고 기술 리더십을 지오바니 마르투시엘로에게 위임했다. 구단은 달성된 목표와 수행된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사리에게 최고의 인간적, 직업적 행운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사리 감독은 김민재의 전 소속팀인 SSC 나폴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 감독직을 역임했고,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 커리어 첫 트로피를 따냈다. 이후 유벤투스에서도 2019-20시즌 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상당한 애연가로도 유명하다. 경기 도중에도 흡연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애연가 감독들 조차 한수 접게 만들 정도의 헤비스모커로서 하루 네 갑, 시간당 5개비 정도의 체인스모커다. 첼시가 사리를 임명하고 처음으로 한 것이 사리를 위한 흡연공간을 마련하는 것일 정도였다.
2021-22시즌 라치오 지휘봉을 잡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정상에 서지 못하고 3년 만에 물러났다. 로마노는 ”사리는 우디네세와 경기에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후임 감독으로는 토마소 로키와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꼽히고 있다.
사리 감독은 사임 전 라치오 선수단에게 ”여러분들이 더 이상 나를 따르지 않는 것을 보았고, 지난 시즌과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나는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내가 문제였다면, 여러분들이 남은 시즌을 뒤집을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고 연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