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바이에른 뮌헨에 ‘카이저’ 김민재(26)만 남았다. 컵 대회에서 마티아스 더 리흐트까지 부상에 신음하며 수비진이 붕괴됐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믿을 선수는 김민재 밖에 없다.
바이에른 뮌헨 수비에 비상이 걸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더 리흐트가 한동안 뛸 수 없다. 지난 DFB 포칼 2라운드 원정길에서 오른쪽 무릎 관절 내측 인대가 찢어졌다. 경기 후 바이에른 뮌헨 메디컬 팀이 확인했다”고 알렸다.
독일 유력지 ‘빌트’가 더 리흐트 부상 정도를 세부적으로 알렸다. 매체는 “바이에른 뮌헨이 좋지 않은 소식을 발표했다. 더 리흐트가 3부 리그 팀과 DFB 포칼 일정에서 뛰었는데 오른쪽 무릎 관절이 부분적으로 파열됐다. 현재 초기 검사 결과에 따르면 4주~8주 동안 뛰지 못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정밀 검사를 한 이후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악의 경우 더 리흐트는 올해 남은 일정을 뛰지 못할 수도 있다. 도르트문트와 데어 클라시커를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더 리흐트는 2019년 유벤투스 이적 이후 유럽3대리그 무대를 누볐다. 아약스 시절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했던 경기력을 여과없이 보였다. 약간의 적응 시간과 기복이 있었지만 곧 정상급 수비로 활약했다.
유벤투스에서 3시즌 동안 활약한 뒤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선택했고 2022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더 리흐트 영입에 9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며 새로운 중앙 수비 라인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김민재 영입으로 방점을 찍었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에서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던 그는 단숨에 튀르키예(터키)를 넘어 유럽의 관심을 받았다. 페네르바체 이적 한 시즌 만에 러브콜이 쏟아졌고, 유럽5대리그 중 한 팀인 나폴리 이적을 선택했다.
나폴리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스팔레티 감독 아래에서 매 라운드 진화했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예측 수비에 짧고 긴 정확한 패스로 나폴리 후방 빌드업을 이끌었다. 기회가 생기면 풀백 진영까지 전진해 나폴리 공격을 돕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풀백에 가까운 히트맵을 찍기도 했다.
빅터 오시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과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며 33년 만에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나폴리 이적 당시 3+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 시즌 만에 유럽 빅 클럽 러브콜을 받았다.
2022-23시즌 중후반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꾸준히 연결됐다. 유럽이적시장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김민재를 유심히 지켜봤다. 맨체스터 지역에 집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이적한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설정된 김민재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했다.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5천만 유로(약 709억 원)를 과감하게 지불하면서 김민재에게 진심을 보였다.
김민재에게 정성은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드러났다. 김민재는 지난 6월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았고, 논산육군훈련소에서 3주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에서 프리시즌 준비를 하기에, 독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할 공산이 컸지만,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김민재는 크고, 빠르며 아주 믿음직스러운 수비수다. 그의 경력은 정말 독특하다. 자신의 능력을 계속해서 증명했다는 걸 보여준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입단해 행복하다.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당장 활약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며 김민재에게 큰 기대를 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민재가 훈련장에 도착하자 격하게 포옹하며 바이에른 뮌헨 합류를 알렸다. 활짝 웃으며 다가와 볼을 쓰다듬으며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프리시즌을 치른 이후 리그에서 ‘닥주전’으로 활약했다. ‘2023 발롱도르’ 후보에도 김민재의 이름이 있었다. 김민재와 지난 시즌에 한솥밥을 먹었던 나폴리 동료 크바라츠헬리아, 오시멘과 바이에른 뮌헨 동료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안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한국 선수로서는 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2002년 안더레흐트(벨기에)의 설기현,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손흥민이 후보로 선정됐다. 수비수 포지션에 아시아로 범위를 넓히면 김민재는 역대 최초였다. 김민재를 포함해 발롱도르 후보에 든 중앙 수비수는 단 3명이었다. 요슈코 그바르디올과 후뱅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가 주인공이었다.
김민재 존재감은 남달랐다. 분데스리가 7라운드 프라이부르크전 이후 축구통계업체 ‘옵타’는 “김민재가 분데스리가 선수로 단일 경기 최다 패스를 기록했다. 2019년 2월 레버쿠젠의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가 뒤셀도르프전에서 178번을 성공한 후 최다 기록이다. 김민재는 프라이부르크를 상대로 171번의 패스를 성공했다”고 알렸다.
실제 김민재는 프라이부르크전에서 엄청난 철벽 수비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프라이부르크전에선 상대와 공중볼 경합(8번)에 모두 이겼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8%나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축구통계업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날 평점 7.6점을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발로 출전한 포백 수비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물론 김민재에게 의아한 평가도 있었다. 독일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로타어 마테우스가 독일판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김민재가 우리 기대만큼 활약하고 있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김민재를 향한 반대 의견은 없지만, 이탈리아에서 보였던 엄청난 경기력이 없다. 내가 김민재에게 기대했던 걸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테우스 발언 두 경기 전에 독일 매체 ‘바바리안 풋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진을 상대로 좋은 볼 다툼을 했다. 후방 빌드업도 하나하나 좋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초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리며 어려웠는데 김민재의 활약상이 좋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권을 잡은 이후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진이 보이지 않았다. 김민재는 올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뒤 확실히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라며 독일어로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aiser)’를 붙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부정 논란을 그라운드 위에서 지웠다. ’90min’을 포함한 현지 매체 다수가 선정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유력지 ‘키커’의 분데스리가 7라운드 베스트11에 포함된 게 고무적이었다. 김민재는 기라시, 자네, 호프만, 코망, 그리말도, 슐로터벡, 프림퐁, 라르손, 비르츠 등과 함께 최고의 선수 11명에 뽑혔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가치를 알 수 있었다.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 22위를 차지했다. 요슈코 그바르디올과 후뱅 디아스를 제쳤다. 앞선 두 선수는 각각 25위와 30위를 차지였다. 김민재 순위는 2022년 발롱도르에서 중앙 수비수로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 뒤를 잇는 것이었다.
투헬 감독은 독일 자르브뤼켄 루트비히스파르크 슈타디온에서 ‘2023-24시즌 DFB포칼’ 2라운드에서도 김민재를 선발 카드로 내보냈다. 바이에른 뮌헨 중앙 수비들이 줄 부상에 신음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날 경기가 취소됐다면 김민재가 쉴 수 있었다. ‘아벤트차이퉁’이 “바이에른 뮌헨과 자르브뤼켄의 DFB 포칼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다. 우리 소식에 따르면 루드비히스파크에서 위원회가 경기장을 점검하고 취소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자르브뤼켄에는 계속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킥오프가 예정된 날에도 산발인 소나기가 예보됐다. 루트비히스파르크는 열악한 경기장이다. 며칠 간의 폭우로 인해 경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상태다. 일요일에 예정됐던 디나모 드레스덴과 리그 일정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경기장 잔디밭이 물에 잠겼다. 경기가 취소된다면 경기장 소유주인 자르브뤼켄시의 책임”이라며 취소 가능성을 알렸지만 경기는 시작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세를 앞세워 점유율을 올렸다. 자르브뤼켄의 수비는 예상보다 끈끈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16분 자르브뤼켄 수비망을 뚫어내고 슈팅했다. 크레치히의 패스를 받은 뮐러가 송곳같은 슈팅으로 자르브뤼켄을 무너트렸다.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더 리흐트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전반 19분 더 리흐트가 상대 크로스를 태클로 막는 과정에서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김민재와 중앙 수비 파트너로 뛰고 있었는데 날벼락이었다. 김민재도 동료의 부상을 걱정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투헬 감독은 전반 25분 콘라드 라이머와 교체로 변화를 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 수비가 재정비되지 않은 틈을 타 자르브뤼켄이 공격을 이어갔다. 전반 31분 첫 번째 슈팅을 시도하며 바이에른 뮌헨을 흔들었다. 라비히크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더 리흐트 교체 이후 분위기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막판 자르브뤼켄의 공격에 위기를 맞았다. 나이피의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있었다. 김민재, 라이머가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분위기를 잡은 자르브뤼켄의 공격은 계속됐다. 두드리더니 동점골로 포효했다. 김민재가 후방 빌드업 중심을 맡아 크레치히에게 패스했는데, 자르브뤼켄의 보에더가 가초챘다. 보에더는 바이에른 진영으로 쇄도하는 존트하이머에게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존트하이머는 김민재 태클을 피해 오른발로 슈팅했고 바이에른 뮌헨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이후 동점골 허용에 토마스 뮐러는 “우리가 영리하지 못했다. 특히 첫 번째 골을 내줬을 때 그랬다. 오늘은 이상한 경기였다. 우리가 교만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후반전에 열심히 싸웠는데 마지막 슈팅을 허용하면서 실점해 졌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자 바이에른 뮌헨이 공격 고삐를 당겼다. 사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 이후 왼발 슈팅으로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자르브뤼켄 수비는 단단했고 골키퍼의 선방쇼도 있었다. 투헬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교체 카드를 꺼냈다. 사네와 크레치히, 사르를 빼고 자말 무시알라, 킹슬리 코망, 세르주 그나브리를 투입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몰아쳤지만 팽팽한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를 흔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날카로운 역습 이후 그나브리의 슈팅으로 반등 기회를 노렸다. 그나브리는 골키퍼를 앞에 두고 낮고 빠른 슈팅을 시도했지만 영점이 맞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선 정말 안 풀리는 경기였다. 정규시간 종료까지 임박했다. 결승골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뮐러가 코망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망을 빗나갔다. 코망, 무시알라, 추포 모팅의 연속 슈팅도 있었다.
자르브뤼켄이 기어코 역전골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가우스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강력한 왼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뒤흔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그나브리 등이 막판까지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충격적인 역전패로 끝났다.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3부 리그 이하 팀에 진 건 2000년 11월 4부 리그 팀 마그데부르크에 패배였다. 그날부터 23년 만에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불명예 기록을 썼다.
여기에 더 리흐트까지 장기 부상에 빠지면서, 김민재는 혹사에 가깝게 뛰어야 한다. 지난 10월 A매치 이후 인터뷰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물었을 때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 지금은 모두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는데, 다치지 않으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벌써 1095분을 뛰었다.
독일 매체 ‘빌트’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매체는 “바이에른 뮌헨에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 뿐이다. 다요 우파메카노의 허벅지 왼쪽 근육이 파열된 이후 월요일에 팀 훈련에 돌아왔다. 하지만 주말까지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될 진 미지수다. 우파메카노가 복귀하지 못한다면, 투헬 감독은 조슈아 키미히를 김민재 파트너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섞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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