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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1년앞] 누가 되든 ‘아메리카 퍼스트’…한반도정책은 차이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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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때리기’·제조업 국내 복귀는 누가 집권하든지 유지될 듯

바이든 2기면 ‘동맹중시’ 견지…트럼프 2기면 ‘책임분담’ 강조

대북정책, ‘확장억제 중심 억지력 강화’ vs ‘과감한 빅딜 협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CG)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CG)

[연합뉴스TV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2기가 열리느냐, 공화당, 특히 현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책에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한반도 정책의 ‘하부 구조’가 될 미국 정부의 전반적인 대외 경제 및 안보 정책 기조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색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제면에서 미국 영토 안으로 생산 설비를 되돌려 놓고, 안보 면에서 최대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을 압박해서 경제, 군사력 격차를 유지 또는 확대한다는 기조는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국내 복귀) 구호는 트럼프 행정부(2017.1∼2021.1)때 대대적으로 제기됐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그 기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에 스며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역작’으로 자평하는 두 법률은 미국 국내 산업,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의 국내 생산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결국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때의 대선 구호였던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 후임인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에도 명맥이 이어졌고, 2025년 1월 이후 백악관의 주인이 누구이건 간에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중국 때리기’도 강도와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기조는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동원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서 중국을 제재하고,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또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동원하는 차이가 있었지만, 두 정권 모두 중국을 전략경쟁 상대이자 잠재적 적국으로 대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어 보인다.

단 ‘아메리카 퍼스트’를 관철하는 방법론의 차이는 한반도 정책의 유지와 변화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 호주·영국과의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협력,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 동맹과 우호국들로 구성된 소다자 협의체를 중국 견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바이든 2기가 열리면 이 기조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안보와 공급망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공조하며 중국이 대만이나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현상 변경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에 공동 대응하는 등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워싱턴선언'(4월 한미정상회담 결과물) 등에 입각한 한국과의 안보 공조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격상된 3국 안보 공조도 3국 합동 군사훈련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정례 협의를 통해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북한과의 과감한 협상보다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를 제대로 가동하게 하는 협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 집권 2기가 열리면 ‘가치’에 기반한 동맹 중심 외교는 ‘거래 관계’의 성격을 한결 강하게 띨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요구에 따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로 이미 ‘예고편’이 상영된 바 있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서 함께 걷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서 함께 걷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한국이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을 약 5배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내부 회의 때 주한미군 철수를 자주 거론했던 것으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전직 고위 관리들의 회고록이 증언한다.

만족할 만한 ‘책임 공유'(burden sharing)를 하지 않는 나라에 리스크를 부담해가며 미국 젊은이들이 주둔하게 하지 않겠다는 논리였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백악관과 내각에 ‘어른의 축’으로 불린 노련한 관료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고, 그들이 막아서면서 주한미군 철수론은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집권 2기가 열리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충동’을 견제했던 전통적 공화당 노선 추종자들을 배제하는 한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추종자들을 권력의 핵심 자리에 배치해 뜻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부담 공유’ 원칙하에 한국이 한국 방어에서 더 큰 부담을 감당하라는 것이 트럼프 2기의 핵심 기조일 것으로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전망한다.

실제로 최근 그런 예상에 힘을 싣는 움직임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동한 전직 관료와 보수 학자들은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한국이 지금보다 큰 부담을 지고 북한 방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난 8월에 제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책 및 정치적으로 공통 분모가 많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소속 알렉스 무니 하원의원(웨스트 버지니아)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어느 정도 분담하는지를 보고하도록 하는 ‘동맹국 부담 공유 보고서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재집권 때 대(對)한반도 정책 기조를 예측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한국 안보는 한국이 주도한다는 정책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는 한국 독자 핵무장 또는 핵무장 잠재력 보유 논의의 본격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3차례 만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이루지 못한 북미간 ‘빅딜’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트럼프 집권 2기가 열리면 현재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유지될지 여부, 핵 문제와 함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을 병행해서 다루는 큰 틀의 협상이 추진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일로 보인다.

북미 빅딜 여부와 함께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움직임도 주목할 대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누차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의지를 밝히며 전략적 명확성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트럼프는 그런 명확성을 ‘바보짓’이라고 규정하며 모호성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2019년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대좌
2019년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대좌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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