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월드시리즈는 끝났다. 이제 메이저리그의 이슈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중심에 선다.
개장이 임박한 가운데 이정후(25‧키움)에 대한 현지 언론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23-2024 메이저리그 FA 시장 랭킹에서 계속 10위권에 위치하는 등 평가는 호의적이다. 4년 계약만 해도 5600만 달러(약 747억 원) 이상이 가능하다는 통계 분석도 나왔다.
미 CBS스포츠는 3일(한국시간) 자사의 FA 랭킹을 발표하면서 이정후를 전체 15위에 올렸다. 이정후는 현재 각종 매체가 선정하는 FA 랭킹에서 10~15위 정도를 오가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TOP 10’ 내로 평가한 경우도 있다.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다. 이를 고려하면 기대 이상, 예사롭지 않은 순위다.
CBS스포츠는 이정후에 대해 ‘7월 발목 골절로 시즌을 마감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오디션을 방해했다’면서도 ‘그는 평균 이상의 주자이자 수비수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눈에 띄는 배트 투 볼(콘택트 능력을 의미) 기술을 보여줬다. CBS스포츠가 입수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정후는 올해 91%의 콘택트 비율을 기록했으며, 패스트볼은 무려 97%였다’고 칭찬했다.
CBS스포츠는 이정후의 장타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 한 단계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적응은 분명히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다만 이정후의 재능이 공‧수‧주 모두에 걸쳐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또한 팀 선배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성공이 이정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팀 브리튼은 3일 이정후의 계약을 통계적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브리튼은 ‘외국 리그에서 온 선수들은 내가 생각하는(자신의 통계 모델) 방식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이정후의) 리그 성적과 이전에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온 선수들을 비교하는 방법을 고안했다’면서 ‘최근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와 계약하기 전 KBO리그에서 3년 이상을 보낸 선수는 고작 6명이다’고 표본이 많지 않음을 인정했다.
이전에 메이저리그로 온 선수들의 KBO리그 기록을 분석해 이정후와 대입했다는 것이다. 그 6명은 에릭 테임즈, 박병호, 강정호, 다린 러프, 김하성, 그리고 김현수다. 브리튼은 이 통계 분석을 통해 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공격 생산력은 KBO리그에서의 80% 수준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KBO리그에서 100을 했다면, 수준 차이로 20이 날아가고 80만 남았다는 것이다. 브리튼은 ‘여기에는 약간의 생존 편향이 있다’면서 박병호의 실패를 거론했다.
브리튼은 이를 가정해 ‘이정후가 80% 기준에 도달한다면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약 6% 정도 더 나은 OPS를 기록할 것이다. 만약 그가 중견수를 본다면 그것은 정말 가치가 있다. 전성기의 덱스터 파울러나 데나드 스판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리그 평균보다 6% 높은 공격 생산력을 갖춘 중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여기까지 논리를 이어 간 브리튼은 파울러와 스판의 계약을 떠올렸다. 브리튼은 스판과 브리튼이 당시 받은 돈을 현가로 환산해 이정후의 예상 값어치를 매겼다. 오늘날 가치로 따지면 2016년 스판은 1300만 달러, 2017년 파울러는 2000만 달러를 받았다. 그 중간값이 1650만 달러다.
브리튼은 이를 근거로 이정후가 4년 계약을 할 경우 연 평균 1650만 달러, 총액 6600만 달러(약 880억 원)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구단이 그 정도 예산을 책정한다면 포스팅 금액으로 1000만 달러 정도는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이정후에게 직접적으로 가는 돈은 4년 총액 5600만 달러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이는 이정후와 이전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던 선배들과 비교가 전제되어 있다. 적어도 타격에서의 적응력은 이정후가 이 선배들보다 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파울러나 스판보다 더 좋은 선수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며, 그렇다면 구단이 준비해야 할 돈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연간 1500만 달러 수준으로 6년 계약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9000만 달러가 된다. 아시아 외야수로는 역대 최고액 수준이다.
이정후를 둘러싼 시장 여건은 나쁘지 않다. 올해는 공‧수를 모두 갖춘 외야수가 시장에 많지 않다. 최대어인 코디 벨린저를 제외하면 다 고만고만하다. 미국 시장의 FA 선수보다 3~5살이 젊고, 향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큰 이정후에 많은 구단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정후도 메이저리그 최대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손을 잡고 다가올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구체적인 포스팅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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