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첫 스승 유상철
이루지 못한 마지막 소원
계속될 월드컵 도전
이강인이 지난 6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을 끝으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후반 교체 카드로 출전해 약 20여 분간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득점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각국 외신들의 관심 속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특히 이강인은 우루과이와 치른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을 뛰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가나와의 2차전에서도 교체 투입 1분 만에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규성의 골을 도왔다. 이에 3차전을 앞두고 브라질의 베테랑 수비수 티아고 실바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바는 “월드컵에서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뛰어나다. 한국은 중원 패스가 굉장히 빠르고 역습을 잘한다”며 “이강인의 경우 기술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선수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처럼 이강인은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언급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과거 이강인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첫 스승’ 유상철 전 감독과의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사제지간
이강인과 유상철 전 감독과의 인연은 2007년 KBS2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3기’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유 전 감독은 방송을 통해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강인이 2007년에 합류하면서 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이강인은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축구에 대한 두각을 보였다. 그는 ‘첫 스승’ 유 전 감독 품에 안겨 “제 꿈은 축구선수가 되어 월드컵에 나가는 거예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곤 했다. 유 전 감독 역시 그런 이강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며 지속적인 애정을 보였는데, 2011년 11살이라는 나이로 스페인 조기 유학길을 떠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해 갔다.
같은 해 이강인은 스페인 명문구단 발렌시아 유스에 입단해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어김없이 뽐냈다. 이를 본 세계 유수 언론들은 만 17세 나이에도 이미 최고 유망주 반열에 오른 이강인을 극찬했는데, 2018년 10월에는 한국 선수로서 최연소 유럽 빅리그 1군에 데뷔하기 했다.
이와 같은 활약은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이강인은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대표팀을 준우승에 견인했는데, U-20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 선수로는 2번째 및 한국 선수 최초로 골든볼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한국 축구의 스타로 입지를 다졌다.
끝내 이뤄지지 못한
유상철의 소원
이처럼 팀과 국제대회에서 자신을 가치를 입증하고 있던 이강인. 반면 유 전 감독에게는 슬픔 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으며, 병마와 싸워야 했던 것. 이에 유 전 감독은 췌장암 투병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유비컨티뉴’를 공개했는데, 3~4회에는 이강인과의 만남이 그려졌다.
해당 영상 속 제작진은 유 전 감독에게 ‘건강한 1주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강인이의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진 장면에서 두 사람은 간단한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 전 감독은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던 이강인에 세심한 조언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유 전 감독은 이강인의 경기를 보지 못하고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이강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애도의 말을 전했는데, “제가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해 축구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대표팀 막내로서
첫 월드컵 마친 소감
한편 이강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매 경기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팀을 16강까지 이끈 주역이 됐다. 브라질과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은 모든 부분이 강했다”며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였고, 좋은 팀과 좋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앞섰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 개인 역량을 비롯한 팀과 리그 등 축구 환경이 앞선 브라질과 같은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 축구계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를 뜻한다. 이에 이강인은 “제가 몇 번을 더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월드컵보다는 날마다 발전하는 선수,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월드컵을 뛰고 싶은 것은 선수 모두의 꿈이다. 형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인생 첫 월드컵을 뛸 수 있었던 소감을 전했다. 또한 새벽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해준 축구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께서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대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계속 한국 축구를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