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딛고 일어선 황소
한국 축구 16강 주역
4년 전과 다른 모습
지난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황희찬이 극적인 역전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16강에 견인했다. 당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1승이 간절했던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결국 황희찬은 단독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올라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트려 ‘도하의 기적’을 썼다.
이로써 한국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것은 물론 황희찬의 골은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안정환의 기록을 넘어선 것. 후반 20분에 교체로 들어가 26분 만에 득점해 ‘역대 월드컵 교체 후 최단 시간 결승골’을 넣은 선수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에 전 세계 축구팬들이 황희찬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영웅
FIFA가 주목한 황희찬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준 황희찬의 활약은 축구 팬들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FIFA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황희찬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끈 대한민국의 영웅이 됐다”고 평했다. 이어 황희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Life in GB’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울버햄튼도 FIFA에 지지 않고 황희찬에 아낌없는 칭찬을 남겼다. 이들은 공식 SNS에 그의 사진과 함께 “황희찬, 너는 너 자신과 한국을 자랑스럽게 했다”며 기쁨을 감추치 못했다. 게다가 황희찬은 울버햄튼 소속 선수 중 60년 만에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역대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는데, “황희찬이 넣은 골은 1962년 론 플라워스 이후 처음 나온 울버햄튼 소속 선수의 월드컵 득점이다. 축하를 전하다”고 축하 인사를 덧붙였다.
2021-22시즌 황희찬은 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가게 된 울버햄튼에서 8경기 중 4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울버햄튼은 임대 기간이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황희찬의 완전 이적을 추진했는데,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받던 약 6700만 원보다 높은 연봉과 주급을 제시하는 등 황희찬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연봉은 약 55억 원으로, 주금은 약 1억 1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가 더 익숙했던
무엇보다 황희찬은 단 1경기 만으로 자신을 가치를 증명한 셈이다. 카타르 월드컵 훈련 합류 후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좀처럼 대표팀 훈련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바뀔 수 있을 거이라는 전망도 나왔는데,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의 이름을 제외하지 않았고 부상이 나아질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회복에 시간이 필요했는데, 결국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럼에도 황희찬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포르투갈전 역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나, 그 어느 때보다 황희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런 기대를 알고 있던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결과로써 우리에게 증명했다.
올 시즌의 경우 황희찬은 울버햄튼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는데, 지난달 5일에는 무려 3개월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바 있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어시스트 1개의 포인트만 올리며, 월드컵 전 마지막 리그 경기인 아스널전에서는 명단에서 제외된 수모를 겪었다. 이처럼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황희찬은 이번 골로 그간 소속팀에서 자신에 대한 우려를 한 방에 날려 버렸다.
지난 월드컵보다 성장
여전히 남는 아쉬움
한편 황희찬은 자신의 2번째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쳐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많이 떨렸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며 “4년간 많은 것을 경험했고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많이 발전했다. 이번 월드컵은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이와 같은 그의 자신감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득점한 것은 물론 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적극적인 슈팅으로 보여줬다. 비록 부상으로 모든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브라질에 패한 후 인터뷰장에 들어선 황희찬은 끝내 참아온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4년간 정말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 어려운 순간 팀이 있어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는데, 이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앞으로 더 축구를 통해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희찬은 “새벽까지 보고 계신 한국 축구팬들께 죄송스럽다. 응원해 주신 국민들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