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2조 가까이 투자
축구강국은 그저 꿈에서만
2026 월드컵 진출 가능성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 중 한국과 일본, 호주가 16강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를 상대로 ‘대이변’을 쓰는 역사를 남겼는데, 이에 지역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중국은 부러움만 샀다.
그간 중국은 월드컵 본선을 위해 해외 선수를 귀화시키는 등 축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아시아 내에서는 2류 국가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는 등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다른 부분에서 자존심을 세웠는데, 월드컵 투자만큼은 1류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최다 스폰서로 나선 중국은 무려 1조 8230억 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축구팀만 없을 뿐
카타르는 온통 중국
중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폐마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을 현지 기업들과 맡아 건설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경기장 외에도 태양광 발전 건설에도 중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중국은 카타르의 전반적인 지역경제와 사회 발전에 공헌해 세계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디”고 자평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카타르에 1500여 대의 전기차 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잡화 생산지로 알려진 ‘저장성 이우’는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를 비롯한 호루라기 등 경기에 사용되는 각종 용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경기장, 버스, 에어컨, 공인구 등 어느 하나 중국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다”며 자부했다.
또 다른 중국 매체 ‘CCTV’는 이번 대회 개회식 때 활용한 중국의 오성홍기를 중계 비췄는데, 이어 카타르에 보낸 자이언트 팬더 2마리가 전 세계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처음부터 월드컵의 큰 손이었을까? 중국이 본격적으로 월드컵 스폰서 자리를 꿰찬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라 할 수 있다.
FIFA는 2014년에 터진 개최지 유치 관련 부패 스캔들로 인해 많은 스폰서를 잃으며 재정난에 시달렸다. FIFA의 주요 수입원인 스폰서료 및 중계권료였기 때문인데, 그런 빈자리를 채워 준 것이 중국이다. 당시 중국의 여러 기업은 지명도를 높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고 FIFA는 재정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천문학적인 자본에도
축구강국이 안 되는 이유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자국 대표팀으로 흘러간다면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다. 중국은 이미 이 방법을 적용해봤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슈퍼리그 클럽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 등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는데, 그중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모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2013년과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에버그란데는 모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며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에 팀의 핵심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 과정에 해외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과한 대우를 받은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2019년도를 시작으로 브라질, 잉글랜드,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의 선수들이 중국으로 귀화하는 사례가 증가했는데,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이들이 약 18억 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을 받지만, 성적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현실로 이어졌다. 당시 중국은 베트남에 거둔 1승을 제외하면 3무 6패라는 성적을 남겼다.
48개국으로 확장된
본선 티켓에 중국 반응
한편 4년 뒤 펼쳐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48개국이 본선에 오른다. 기존 32개국에서 무려 16개국이 확대된 것인데, 향후 대륙별 쿼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아시아 대륙은 기본 4.5장을 할당받았으나, 2026 월드컵에서는 7~8장가량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소식은 중국에게는 단연 희소식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4년 뒤에도 이번 월드컵처럼 희망이 없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시아 대륙에 본선 티켓이 늘어난다 해도 한국과 일본, 호주를 비롯한 중동권 국가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이에 중국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한국과 일본과 관련한 기사에 “완전한 재부팅만이 중국 축구를 구할 수 있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성공에 중국 축구팬들이 큰 격차를 느꼈다며, 자국의 축구 현실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