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탈락
조별리그 2회 연속 탈락
역대 최악의 암흑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변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사우디, 일본, 모로코가 각각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 독일, 벨기에를 잡는 대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일본이 또다시 대이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이 스페인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탈락 위기에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미 D조에서 아시아 국가인 호주가 덴마크와 튀니지를 제치고 프랑스와 함께 16강에 진출한 데 이어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변의 팀으로 등극했다. 일본의 이러한 극적인 이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같은 시간 벌어진 코스타리카와 3차전 경기에서 치고받는 경기 끝에 4-2 승리를 거뒀지만, 스페인이 일본을 잡지 못하면서 골 득실 차로 스페인에 밀려 또다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맞이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이변의 희생양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던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전차군단’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4년을 열심히 준비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월드컵 첫 경기부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전반 내내 일본을 밀어붙였고 PK를 얻어 귄도안의 골로 앞서나갔으나, 후반 30분과 38분 일본에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1-2로 역전패당했다.
1차전 패배로 16강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독일은 2차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치고 받는 접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고 결국 16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3차전 승리가 필요했다. 설령 3차전을 승리하더라도 스페인과 일본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고 결국 코스타리카에 4-2 역전승을 일궈냈지만, 스페인이 일본에 패하며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영원한 우승 후보
독일 축구의 몰락
독일은 월드컵에서 통산 4차례 우승한 자타공인 축구 강국이다. 독일보다 월드컵에서 많이 우승한 나라는 브라질(5회)뿐이다. 독일과 나란히 통산 4차례 우승을 기록 중인 나라는 이탈리아 하나뿐이다. 이런 ‘전차군단’독일에게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조별리그에 이은 16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 월드컵에 자리 잡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2014 브라질 대회까지 독일은 단 한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지 않고 8회 연속으로 16강에 올랐다. 그런데 월드컵 무대에서 무자비하게 전진하기만 하던 독일을 조별리그에서 처음 멈춰 세운 것은 한국이었다.
한국이 만든 악몽
‘녹슨 전차’로 전락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최고의 선수단을 앞세워 2회 연속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1차전에서 멕시코에 패한 후 2차전 스웨덴에 승리를 거뒀지만, 조별리그 2패를 하고 있던 한국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며 사상 첫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독일에게는 유럽 최강팀의 명성이 손상되는 불명예는 물론 디펜딩 챔피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치욕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또다시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실수와 운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두 대회 연속으로 보여준 독일의 경기력과 결과는 더 이상 핑계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전차군단’이 순식간에 ‘녹슨 전차’로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 암흑기 시작
4년간의 악몽들
사실 독일의 탈락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70년 만에 조별리그 첫 탈락을 겪은 지난 월드컵 이후 2018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밀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꼴찌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2년 뒤 열린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1위 자리를 스페인에게 내주며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스페인을 상대로 풀 주전을 내고도 충격적인 0-6 대패를 당했다.
독일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열린 유로 2020에서 16강전 잉글랜드에 2-0으로 패하며 44년 만에 토너먼트 패배를 기록하고 침몰했다. 그리고 월드컵이 열린 올해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약체 헝가리에 일격을 맞으며 4팀 중 3위로 조별리그에서 또다시 탈락했다. 이렇듯 독일은 지난 4년간 수없이 많은 굴욕을 맞보며 명성을 쉽게 회복하지 못한 채 월드컵을 맞이했다.
실패한 세대교체?
감독의 역량 의심
독일은 유로 2020 16강전 탈락 이후 16년간 팀을 이끌었던 뢰브 감독이 물러나고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한지 플릭 감독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플릭 감독 지휘 아래 젊은 선수들의 수혈로 세대교체가 적절히 이루어지며 과거의 모습을 찾아가는 듯했다. 실제로 독일은 유럽예선을 9승 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경사를 누렸다.
그러나 유럽 예선을 제외하고는 지난 4년간 독일 축구는 암흑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물론 월드컵에서 탈락한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분명 스쿼드에는 좋은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유일한 약점이었던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고 플릭 감독은 이번에도 전문 스트라이커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결국 독일은 스쿼드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의 전술과 역량이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