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왕따논란
아직까지 소송 진행 중
재판부가 선고 전 남긴 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8강 경기에서 발생한 ‘왕따 논란’. 당시 한국은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팀추월 경기에 나섰는데, 마지막 주자였던 노선영이 앞에서 달리던 김보름, 박지우를 따라잡지 못해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경기가 마무리됐다. 팀추월 경기는 마지막에 들어온 주자의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팀은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경기를 중계하던 SBS 중계진 배성재와 제갈성렬은 한국팀의 비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지적하며 김보름과 박지우를 비판했고, 이후 두 선수가 노선영을 챙기지 않고 따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보름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노선영 왕따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왕따 논란’
평창올림픽 종료 후 노선영은 한 인터뷰에서 “한 번도 같이 훈련한 적 없다.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대화를 나눈 적 없다”라며 “김보름과 박지우는 레이싱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 쫓아갈 수 없게 했다”라고 말했는데, SBS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팀추월 경기의 경우 빙상연맹이 버리는 경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노선영의 왕따 논란은 국민들의 큰 분노를 자아냈는데,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 청원 글에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하기도 했다. 당시 청원글을 올린 누리꾼은 “인성이 결여된 자들이 한 국가의 올림픽 대표 선수라는 것은 명백한 국가 망신”이라며 “국대 자격 박탈과 국제대회 출전 정지를 청원한다”라고 전했다.
1심 재판 결과로
달라진 여론
논란이 계속되자 김보름도 뉴스A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지난 2010년 선수촌에 합류했는데 그때부터 작년까지 괴롭힘을 당했다”라며 “훈련 중 코치가 ‘30초 랩 타임으로 뛰라’고 해서 그에 맞춰서 뛰면 천천히 타라고 소리를 지르며 훈련을 방해했다. 쉬는 시간에 라커룸에서 그런 적도 많고 숙소에서 따로 방으로 불러 폭언을 하는 적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보름은 “선수끼리 견제는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선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견제가 아니라 피해라고 생각한다”라며 “선수촌에서의 괴롭힘으로 인해 기량이 좋아지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보름은 노선영을 상대로 2억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재판부는 김보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보름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선영이 후배인 김보름에게 ‘랩타임을 빠르게 탄다’는 이유로 폭언, 욕설을 한 것은 인정된다”라고 전했는데, 하지만 노선영의 인터뷰로 정신적,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인터뷰에서 일부 허위로 보이는 사실은 김보름을 직접 언급한 게 아니라 빙상연맹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고, ‘팀추월 훈련이 부족했다’고 느낀 것을 다소 과장한 표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재판부의 선고를 인정하지 않고 판결 하루 만에 항소했고,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9일 항소심 2회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선고 이전에 합의 조정으로 사건을 끝냈으면 하는 것이 나이 든 재판부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보름과 노선영을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한 뒤 변론을 종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평창올림픽이 열린지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원고와 피고가 모두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며 “빙상연맹이나 코치, 감독이 소송에서 다 뒤로 빠져 있다. 어른들이 어린 선수들을 이렇게 가혹하게 지옥에 몰아내고 되는지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김보름과 노선영의 ‘왕따 주행’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 사건이 아직도 안끝났구나…” “4년 만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 “4년 전에 노선영이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진실 알고 너무나 충격적이었음”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김보름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 16초 81로 5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김보름은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또 아무도 응원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다시 사람들에게 제가 부각되고, 또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됐다. 응원이 없었다면 5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올림픽 때마다 눈물 흘리는 모습밖에 못 보여드렸다. 이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