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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페리, ‘프렌즈’로 명성을 얻었으나 개인적 고통을 잠재우지 못했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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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배우 메튜 페리는 미국 인기 TV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을 맡아 수백만 명을 웃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여러 중독 문제와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서 기인한 각종 문제와 싸우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페리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스타가 되면 자신이 가진 이 모든 문제가 씻겨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에서 페리는 “지구상 그 누구보다도 스타가 되길 갈망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저는 인기가 필요했습니다. 절 고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죠. 그렇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페리의 소원은 이뤄졌다. 지난 30년간 가장 사랑받는 TV 시트콤 ‘프렌즈’의 6인방 중 하나로 발탁되게 된 것이다.

센스 있고 총명한 ‘챈들러 빙’ 역할을 통해 페리는 회당 110만달러(약 14억8000만원)를 벌어들였고, 여러 여성과 화려하게 사귀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애써 사생활과 건강을 유지하려고 했던 페리의 모습이 존재한다.

페리는 회고록을 통해 사람들을 웃기는 자신의 재능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의 뿌리를 되짚어봤다. 그러면서 어릴 적 이혼하신 부모님, 그 사이에서 양쪽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어린 시절에 관해 이야기했다.

페리의 어머니는 캐나다 태생의 미인대회 출신 언론인으로,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대변인이기도 했다. 페리의 아버지는 미국 출신 배우로 남성용 로션 ‘올드 스파이스’의 광고 모델을 맡기도 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캐나다 오타와에서 보냈던 페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맞벌이 부모님의 부재로) 혼자 현관문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던 아이”라면서 어머니의 직업 탓에 “대부분 시간 혼자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리는 “그래서 나는 웃기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면서 “웃긴 몸짓, 한마디 재치 있는 농담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웃겨야만 했다”고 말했다.

테니스 신동

페리의 어머니는 직업상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나 “아들이 웃게 해주면 어머니는 진정해서 요리도 해주고 아들과 저녁을 먹으며 식탁에서 끝까지 경청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경우 “집보단 TV나 잡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페리는 그를 “나의 영웅”으로 기억했다.

10살이 됐을 무렵 페리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돈을 훔치고, 담배를 피우고, 학업 성적은 떨어져만 갔다. 한때는 같은 학교 친구이자 트뤼도 전 총리의 아들인 쥐스탱(현 캐나다 총리)을 때리기도 했다.

페리는 13살에 처음 술도 입에 댔는데, 당시 버림받는 기분이 싫어 모든 이들을 멀리하고 싶었다고 한다.

80년대 매튜 페리

VINNIE ZUFFANTE
페리는 1980년대 말 미 TV 시트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봤다

그러던 15살 무렵, 페리는 아버지와 같이 살고자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다. 당시 페리는 캐나다 유소년 테니스계에서 높은 순위에 있었기에 테니스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의 경쟁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이에 대신 연기에 눈을 돌리게 된다.

1980년대 시트콤 ‘찰스 인 차지’와 ‘그로잉 페인즈’에 출연한 페리는 이후 1990년 시트콤 ‘시드니와 1993년 작 ‘홈 프리’에서 주연을 맡게 된다.

그러다 ‘프렌즈 라이크 어스’라는 제목의 새로운 시트콤 대본을 접하게 된 페리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듯했다.

페리는 “‘프렌즈 라이크 어스’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누군가가 나를 1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내가 한 농담을 훔치고, 내 매너리즘을 따라 한 것 같은 느낌, 세상에 지쳤지만 여전히 위트를 놓치지 않는 내 인생관을 사진으로 찍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 인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난 챈들러를 연기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난 챈들러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렌즈' 출연진

GETTY IMAGES
페리는 자신은 동료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 “엄청나게 반해”있었지만 애니스톤은 자신에게 “무감각할 정도로 흥미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한 가지 작은 문제가 있었다. 그 당시 이미 2194년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수화물을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SF 코미디물’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코미디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페리는 최종적으로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해당 시트콤에서 챈들러 역을 맡게 된다. 해당 시트콤에 마지막으로 캐스팅된 주연 배우이자, 최연소 주연 배우였다.

페리는 처음부터 ‘프렌즈’의 성공을 확신했다. ‘프렌즈’의 공동 크리에이터 마르타 카우프만 처음 만나자마자 “곧바로 이게 얼마나 성공할지 알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페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프렌즈는 엄청나게 흥행했고, 페리는 그토록 원하던 인기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인기만으로는 페리가 지닌 모든 문제를 씻어낼 수 없었다.

동료 배우 애니스톤의 지적

페리는 쇼를 제작한다는 건 때론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회상한 바 있다.

“현장의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으면 죽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는 건강하지 않은 생각이지요. 그러나 제가 대사 한마디를 던졌는데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경련이 나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웃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을 때 기겁하곤 했습니다. 매일 밤 그렇게 시달렸죠. 그 압박감으로 전 나쁜 행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페리는 높은 인기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보드카가 고쳐줄 수 있기를 바라며 술에 손을 댔다.

이에 결국 어느 순간 함께 ‘프렌즈’에 출연하던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페리와 대면해 이를 지적했다. 이 순간에 대해 페리는 “애니스톤이 제게 ‘우리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상하지만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우리’라는 복수형에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동료 배우들과 트로피를 들고 있는 매튜 페리

Getty Images
페리는 ‘프렌즈’로 1번, ‘프렌즈 2021년 특별편’으로 1번, ‘론 클라크 선생님의 성공 이야기’로 1번, ‘웨스트 윙’으로 2번 등 총 5번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페리는 동료 배우들이 힘을 모아 자신을 지지해줬으며, 촬영장에서도 알코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파트너를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복하려는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고, 재활시설을 몇 차례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1997년, 페리는 제트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진통제 바이코딘에 중독되고 만다. 술, 메타돈, 암페타민 중독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던 페리는 2000년 췌장염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한때 페리는 BBC 라디오 2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3과 시즌 6 촬영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정신을 놓고 지냈다”며 ‘프렌즈’ 촬영 중 3년간의 기억이 없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이후 회고록에 따르면 그렇게 계속 치료를 위해 노력했던 페리는 2001년부터는 “60~70차례 작은 사고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로 지냈었다고 한다.

줄리아 로버츠와 매튜 페리

Getty Images
페리는 연인 줄리아 로버츠가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하기 전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3년 후 ‘프렌즈’도 어느덧 마지막 회차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출연진, 제작진, 관객 모두 눈물을 흘리던 와중에 페리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이게 오피오이드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제 내면이 죽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프렌즈’가 워낙 엄청난 흥행작이었기에, 출연진 모두 이와 같은 성공을 다시 거두기 힘들어했다.

페리는 드라마 ‘스튜디오 60’에서 TV 프로듀서 역으로 출연했으며, ‘웨스트 윙’과 ‘앨리 맥빌’에서도 기억에 남는 연기를 펼쳤다.

페리는 이후로도 더 많은 시트콤에 출연했다. ‘고 온’에선 스포츠 라디오 진행자 역할을, ‘미스터 선샤인’에선 스포츠 경기장 매니저 역할을, ‘이상한 커플’에선 지저분한 룸메이트 역할로 활약했다.

셀마 헤이엑과 매튜 페리

Getty Images
페리와 셀마 헤이엑은 영화 ‘사랑은 다 괜찮아(1997)’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다

페리는 범죄 영화 ‘나인 야드’와 속편 ‘텐 야드’에서 동료 배우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출연했으며, 1997년 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랑은 다 괜찮아’에선 셀마 헤이엑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2009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17 어게인’에선 배우 잭 에프론이 맡은 주인공의 나이 든 시절 모습을 연기했다.

2016년에는 ‘그리움의 끝’이라는 제목의 연극 각본을 집필했다. 당시 ‘타임즈’는 “등장 인물들은 사랑과 헌신을 추구하며, 사랑과 헌신이 없는 삶이 어떤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페리는 생전 영원한 사랑을 찾지 못했고, 헌신하길 피했다.

‘사랑이 필요하지만 사랑을 믿진 않습니다’

‘프렌즈’ 촬영 당시 동료 배우 애니스톤을 무척 짝사랑하긴 했지만, “무감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대의 반응으로 이내 식어버렸다.

그러다 또 다른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프렌즈’에 출연하면서 교제하게 됐다. 그러나 페리를 계속 따라다닌 불안감은 여전했고, 페리는 로버츠가 언젠가 자신에게 이별을 고할 것이라 확신했다.

“왜 내게 이별을 고하지 않겠는가? 나는 충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절대 충분한 사람이 될 수 없었어요. 나는 망가진, 사랑받지 못할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와의 이별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직면하는 대신, 아름답고 멋졌던 로버츠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와 매튜 페리

Getty Images
페리는 브루스 윌리스와 ‘나인 야드(2000)’ 및 속편 ‘텐 야드(2004)’에 함께 출연했다

그 외에도 페리는 배우 캐리 피셔의 이복여동생인 트리시아 피셔, 배우 리지 캐플런과 야스민 블리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인 몰리 후르위즈 등 여러 여성들과도 사귀었다.

그러나 페리는 언제나 마음속에 사람을 들이기가 어렵다고 회상했다.

“사랑이 필요했지만 사랑을 믿진 않았습니다. 제가 (‘프렌즈’의) 챈들러처럼 모든 걸 놓고 제가 진짜 누구인지 보여준다면 여러분들이 절 (진정으로) 알게 될지도 모르죠. 그러나 진짜 제 모습을 보면 여러분들은 저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게 나쁜 점입니다. 그리고 전 그걸 견딜 수 없습니다.”

2주간의 혼수상태

한편 페리는 2018년 건강상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대장이 “폭발”하면서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거쳐야만 했다. 수술 이후 페리가 첫날밤을 살아서 보낼 확률은 2%에 불과했다. 다행히 페리는 살아남았으나 2주간 혼수상태로 지냈다.

당시를 회상하며 페리는 “나는 거의 나 자신을 죽일 뻔했다”면서 “나는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모든 마약은 그저 기분이 나아지기 위한 헛된 시도로 복용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아울러 페리는 회고록을 통해 정신을 멀쩡히 유지하고자 700만달러를 썼으며, 익명으로 진행되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에도 6000회 참여했으며, 재활원에도 15차례 입원했으며, 30년간 일주일에 2번씩 치료받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2013년 매튜 페리는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중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도 고칠 수 없었던, 뿌리 깊은 내면의 불안감으로 인해 치러야만 했던 값비싼 대가였다. 그러나 페리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중독자들을 돕기도 했다.

2012년 페리는 1000만달러 가치의 자기 소유 말리부 해변 근처 부동산을 남성 중독 재활 생활 시설 ‘페리 하우스’로 개조해 이듬해 백악관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2년 후 페리는 페리 하우스를 팔았으나, 여전히 중독자를 지원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리의 이러한 선행은 페리의 연기와 더불어 호평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단점과 타고난 코미디 재능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작품 ‘프렌즈’의 팬들은 이러한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애틋하게 기억할 것이다.

CP-2022-026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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