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결승 진출
메시 1골 1도움 맹활약
경기장 내 최저 활동량
아르헨티나가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최고의 선물을 주려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4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건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가 마지막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아르헨티나의 전설인 마라도나가 팀을 이끌고 우승을 거둔 이후 우승이 없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모로코와 프랑스 승자 중 한 팀과 월드컵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했다. 메시는 1골 1도움으로 2골에 관여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이번 대회에서 5번째 골을 기록함에 따라 프랑스의 음바페와 함께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5골 3도움 메시
3관왕 도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맹활약한 아르헨티나가 8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오르면서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메시의 꿈이 현실화 되고 있다. 수많은 개인 커리어와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있는 메시지만 유일하게 없는 것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다. 35살이라는 노장의 나이로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임을 선언한 메시이기에 이번 월드컵만큼은 더욱 간절하다.
그는 이번 월드컵 6경기에서 5골 3도움으로 그야말로 맹활약 중이다. 35살의 나이임에도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하며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메시는 현재까지 음바페와 함께 최다 득점 공동 1위와 더불어 도움 순위에도 1위를 기록 중이다. 결승전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팀의 승리까지 챙긴다면 월드컵 우승, 최다 득점, 최다 도움이라는 3관왕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역사상 월드컵에서 3관왕을 차지한 선수는 한 명뿐이다.
메시 평균 활동량
수비수보다 적은 8.3km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메시는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많이 뛰어다니지 않는다. FIFA가 내놓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 데이터에 따르면 메시는 16강전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33.1km를 뛰었다. 경기 당 평균 8.3km를 뛴 셈이다. 이는 8강 진출국 선수 중 가장 많이 뛴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 브로조비치(4경기 56.3km·평균 14.1km)와 비교하면 60%도 안 되는 거리다.
축구에서는 풀타임 90분을 기준으로 11km가량을 뛰면 많이 뛴 것으로 본다. 12km 이상이면 ‘정말 많이’ 뛰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km가 안 되면 적게 뛴 것이고 메시처럼 8km를 뛰었다면 ‘정말 적게’ 뛴 것이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의 경기당 평균 뛴 거리는 8.3km 중 시속 7km 이하로 사실상 걷다시피 한 거리가 절반이 넘는 4.8km나 된다. 제대로 뛴 거리가 경기당 평균 3.5km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메시의 ‘산책 축구’
그럼에도 잘하는 이유
메시는 그라운드 위에서 뛰지 않고 걷는 시간이 많음에도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모두 19번의 슈팅을 날렸고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준결승까지 넓혀본다면 5골 3도움이라는 엄청난 수치다. 슈팅, 득점, 도움 부문 모두 아르헨티나 대표팀 내 1위다.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적게 뛰고도 말도 안 되는 공격 생산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메시가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메시는 어슬렁어슬렁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장 전체를 구석구석 살피면서 어느 틈엔가 골문 앞 혹은 혹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한다. 경기 중 끊임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대면서 공간을 찾고 패스 길을 찾아 공격을 진두지휘한다. 잉글랜드 전설 퍼디난드는 “어느 위치에서든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메시와 다른 선수들 간의 차이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퍼디낸드의 말처럼 관심 없는 척 서 있다가도 어느샌가 골문 근처까지 와 있는 선수가 메시다. 또한 메시가 적은 활동량에도 좋은 활약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동료들 덕도 있다. 쉽게 공을 뺏기지 않으니 많이 뛰지 않고도 천재적인 재능으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기 때문에 팀 공격이 메시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이 옆에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메시가 움직일 공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메시가 더욱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논란된
‘산책 메시’
사실 메시의 산책 축구는 과거부터 비판과 논란거리였다. 메시의 유일한 단점이기도 한 활동량은 확실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 즉, 체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메시가 경기에 관여하는 부분을 본다면 3선까지 내려와 공 운반을 담당하는 경우와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1선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량에 비해 팀에게 완전한 민폐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천재적인 재능이 이를 뒷받침하기에 가능하지만 때로는 경기에 패배했을 때 가장 먼저 비판을 받는 대상도 메시가 된다. 수비 상황에서도 걷고 적은 활동량을 보이니 팬들 입장에서는 패배의 원흉이라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많은 감독들은 메시의 이런 스타일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전 프랑스 감독은 “메시에게 무작정 뛰라고 요청할 수 없다. 그가 할 일도 아니다. 우선 그를 중심으로 팀을 조직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메시의 전 스승인 펩 감독도 “메시는 안 뛴다. 그저 상황을 읽는다”라면서 “하지만 걸으면서도 고개는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의 약한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한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활동량 적은 공격수가 욕을 먹지 않은 이유, 리오넬 메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