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위기의 카카오, 환골탈태의 시점(下)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부터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논란까지 연일 정부와 수사당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10여년 동안 급격히 외연을 넓혀온 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과 윤리 등 기초체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카카오가 역경을 딛고 다시금 사랑 받는 국민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시세조종·기술탈취’ 논란 투성이 카카오, ‘우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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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판에 옹호해줄 ‘신뢰자본’ 확보해야
카카오가 현재 물려있는 사회적 이슈는 10여개가 넘는다. 주요 계열사라 할 수 있는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게임, 금융 등의 분야에서 연달아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정부와 수사기관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외치던 카카오에서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터져나오는 등 비판 일색인 이면에는 카카오가 정부 및 국민들과 올바른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지워지지 않는 골목상권·문어발 논란
카카오가 태생적으로 비판 받아온 부분은 내수 시장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또 각종 계열사를 설립하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과 경쟁하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이어졌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헤어 등 일부 사업 철수와 함께 해외 콘텐츠 계열사 인수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해외매출 비중이 60% 수준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이 같은 방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가 포착됐고, 배재현 CIO(투자총괄책임자)의 구속을 불러왔다. 김범수 창업자 역시 구속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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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영하던 계열사, 저마다 사회적 물의
카카오의 계열사 운영 방침 중 하나는 각 계열사별 독립성을 강조하는 자율경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각 계열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체의 부재로 이어졌고,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에 터져나오며 그룹사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그룹사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이후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올해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의 차익을 남기며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를 게임 아이템 결제에 1억원 쓴 사실도 알려지며 카카오 전반의 도덕성에 상처를 냈다.
대형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여러 악재를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다. 택시호출앱 시장점유율 95%를 확보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고, 여러 택시단체들의 ‘콜 배제’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등에선 콜비 수수료의 기준이 되는 매출을 과대 계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를 다루고 있다. 전체 매출을 부풀리기 했다는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감리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을, 카카오VX는 스마트스코어의 서비스를 도용했다는 혐의로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표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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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일색 카카오…우군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카카오톡과 카카오T 등이 사실상 ‘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데 비해 이에 걸맞는 사회적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카카오에 정부기관 수준의 사회적 책무를 지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카카오톡 없이 소통도 못하고 카카오T 없으면 택시도 못타는 등 이미 ‘디폴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며 “사실상 ‘준 정부’ 내지 ‘유사 정부’ 수준인 셈인데 (카카오가) 이러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그동안 많이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정책설계 단계에서의 데이터 협조,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려는 사회적 공헌 등이 부족하다보니 사회적 지분이 부족하고, 이는 정부나 사회로부터 카카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꾸준히 나오는 원인”이라며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기업처럼 금전 관계와 상관 없더라도 정부 시책에 협조하고 정부 당국과 보다 많이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추진하는 당국과 소통하고 협조하며 꾸준하게 사회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카카오에게 있다”며 “실적 위주의 경영을 넘어서 사회적 후생과 공공거버넌스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해 신뢰자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상무 구하기”…카카오,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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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쇄신을 위한 전문가 제언
위기에 빠진
카카오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카카오에 과(過)도 있지만 공(功)도 많다고 강조한다. 국민 메신저를 운영하고 사회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끈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뼈를 깎는 쇄신으로 다시 건강한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카카오가 환골탈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현재 카카오에 가장 필요한 건 ‘인적 관리’라고 입을 모았다. 김범수 창업주의 ‘형님 리더십’ 아래 수많은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이 모였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지금까지 카카오는 초기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M&A(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며 “이렇게 외부에서 합류한 곳들이 컨트롤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또 “계열사 이해관계자와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과정이 쌓이고 쌓여 리스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자회사, 관계사 등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냐는 것을 이제 깨달았으니 이를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존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처럼 정책담당자들만 모아서 이야기하는 방식 말고, ‘형님’인 김범수와 관계사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카오가 지금까지 김범수 창업주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해관계자나 내부인 목소리만 들어왔다는 것이다. 인적 관리에 실패한 것도 외적 견제를 받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 교수는 “지금 카카오가 만드는 쇄신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What to(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How to(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Who to(누가할 것인가)다”며 외부 인사를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외부 인사를 활용해 기업 전체와 이를 바라보는 사회에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쇄신안을 만들지 않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시 미래전략실을 없애고 외부 사람을 데려다 의견을 들은 것처럼 외부의 쓴소리를 들을 때다”고 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빠른 성장을 위해 달리다 보니 카카오가 소탐대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야나 단거리 택시 탑승 거부를 없애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국민 편익을 준 점은 많지만, 이 과정에서 빠른 서비스 확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수료 문제 등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배회 영업 차량에도 수수료를 받는 행위처럼 작은 것에 슬그머니 돈을 받으려 하다가 소탐대실에 빠진 것 아닌가”며 “이런 부분 때문에 카카오가 국민들의 미움을 받게 됐고 잘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에 해단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이런 소탐대실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국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하겠다고 명확히,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냥 빨리 던질걸” -76% 눈물의 손절…개미들도 카카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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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역대 고점 대비 76.5% 하락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주가 하락세도 심화되며 투자자 다가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악재에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개미들은 눈물 머금은 손절을 택했다.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장 눈높이도 연일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2750원(7.13%) 오른 4만1300원을 기록했다. 이날 강세에도 역대 장중 최고가 17만3000원과 비교해서는 76.5% 떨어진 수준이다. 앞서 잇따른 악재를 반영한 약세국면이 심화된 탓이다.
여타 카카오 그룹주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역대 고점 대비 78% 하락한 211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도 각각 역대 고점 수준의 주가에 비해 84.3%, 78.5%씩 하락했다. 올해 카카오에 연결 편입된 에스엠도 카카오에 인수된 후 형성된 고점 대비 25.5% 떨어졌다.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손절을 택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7월3일~11월2일) 들어 카카오 주식을 455억8293억원 순매도했다. 상반기(1월2일~6월30일) 5650억4312만원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다.
저점이라는 판단에 추가 매수를 결정했던 개미들의 기대감도 소멸했다. 이날 NH투자증권 통계(나무증권 고객 대상, 1일 기준)에 따르면 카카오 투자자의 100%, 전부가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단가는 10만1147원,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56.82%에 달한다.
지금 시점에 카카오에 투자해도 될지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보수적 접근을 권한다. 에스엠 시세조종 이슈부터 부진한 광고 업황까지 해소되지 않은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경영진이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고자 주가를 올린 혐의를 조사 중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문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하방압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카카오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시사했다.
10월 이후 카카오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 중 13곳이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내렸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낸 신한투자증권은 4만5000원을 냈다.
반등을 위한 트리거(방아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실적 회복에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회복 탄력성이 높아지면 주가 반응도 커질 것”이라며 “내년엔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개인이 손절을 이어가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카카오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1222억9846만원 순매수했다. 상반기에 4263억4772억원 팔아치우며 매도 우위를 보였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급락에 따른 외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일 뿐 장기적 투자 포인트가 반영된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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