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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부터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세무 조사를 받은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의 폭스콘(푸스캉富士康·훙하이鴻海정밀)이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잘 나가다가 시쳇말로 완전 뒤통수를 맞으면서 백척간두에 내몰리게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5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까지만 해도 대중 투자 역사 30여 년 이상을 자랑하는 폭스콘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세금 감면부터 시작해 보조금 지급, 공장 부지 저가 공급 등의 온갖 혜택을 제공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지 않나 싶다.
하지만 최근 대중 디리스킹(Derisking·위험 회피) 정책을 강요하는 미국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애플과 중국의 관계가 갑자기 나빠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수개월 전부터 후폭풍이 폭스콘에도 미칠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궈타이밍(郭台銘) 창업자가 내년 1월 13일 실시될 총통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달리게 됐다. 친중 정당인 국민당 후보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인 그가 선거 레이스에서 완주할 경우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승리가 명약관화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전망됐던 탓이다.
실제로도 중국이 이례적으로 장쑤(江蘇), 광둥(廣東)성 일대 폭스콘 공장들에 대한 세무 조사에 나선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 전망은 분명한 현실이 됐다. 추징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액수 역시 상식적인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해야 한다. 무려 1800억 위안(元·32조5800억 원) 전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무려 축구장 2만개에 상당하는 허난(河南), 후베이(湖北)성 소재 공장들 인근의 대규모 폭스콘 소유 부지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적법하게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즉각 회수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아예 작심한 채 철저하게 보복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보인다.
당연히 애플과 폭스콘, 대만 당국은 중국의 뒤끝 작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는 만큼 큰 효과는 없다고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폭스콘에 대한 압박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자칫 잘못하면 애플과 폭스콘의 차이나 엑소더스를 부추기면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이 겉으로는 폭스콘에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속으로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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