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같이 담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
여유로운 내부공간과 인색한 앰비언트 라이트
시인성이 떨어지는 계기판과 너무 높은 스티치
정장을 입은 도회적인 사자. 처음 마주한 ‘뉴 푸조 408 GT’는 모순적인 인상을 풍겼다. 무릇 사자란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서 날것의 본능대로 살아가는 존재다. 하지만 푸조 408은 강함에서 나오는 위풍당당하고 거침없는 DNA는 유지하면서도 현대 문명이 가득한 도시가 더 어울렸다.
유사한 디자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디자인임에도 위화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교차점이 없을 것 같은 야생과 현대 사이의 오묘한 조화를 이뤄 눈길을 잡아 이끌게 했다. 푸조 408이 이색적인 매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것에 이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경기 가평군 가평휴게소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푸조 408을 130km가량 시승해봤다.
푸조 408의 얼굴은 ‘푸조 408의 디자이너도 분명 야수의 담대함과 공격력을 지녔겠구나’ 싶은 디자인이다. 디자이너의 이상과 기술자의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은 유명한 얘기다. 푸조의 408은 디자이너의 압승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디자인은 확실히 예쁘고 잘생겼다.
전면부를 보면 가장 먼저 시선을 훔치는 것은 푸조 트레이드마크인 사자의 빛나는 긴 송곳니다. 사냥에 나선 사자의 송곳니에 꽂힌 사냥감은 촘촘하게 가운데로 수렴하는 세로줄 그물에 갇혀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 구석구석 뜯어보고 근접 촬영을 해도 푸조 408의 미모는 빈틈없이 아름답다.
날카로운 눈매와 송곳니는 사자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규칙적이고 정갈하게 맞아 들어간 선들이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시승 차량의 외장 색상은 ‘옵세션 블루’였는데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라 각도와 채도에 따라 색감이 다르게 보인다. 화려한 디자인은 보통 오래 보다보면 싫증 나기 좋지만, 낯섦이 주는 신선함 때문에 질리지 않을 것 같다.
푸조 408은 세단과 SUV의 특징을 합친 크로스오버 형태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푸조 408로 대중과 프리미엄 사이의 시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조 408은 다른 세그먼트들의 교집합에 속해있어 여러모로 단일한 설명이 어려운 모델로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감각적인 젊은 세대에 제격일 것이다. 가격도 수입차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알뤼르 트림은 4290만원, GT 트림은 4690만원이다.
내부로 들어서자 거슬리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모 드라마의 유명한 명대사처럼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한 스티치다. 색은 개인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형광 연두는 과하게 과감한 선택이지 않나 의문이다.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문 손잡이, 심지어 발 매트까지 곳곳까지 스티치의 마수가 뻗쳐있었다.
푸조 408이 디자인, 형태, 타깃 시장 등 여러 면에서 중간 점에 있다지만, 앰비언트 라이트는 합리적인 타협이 아니라 애매함만이 느껴졌다. 도어를 시원스럽게 가르지 못하고 애매한 지점에서 뚝 끊긴 라이트에 ‘이만큼 있을거면 굳이 넣었어야 했나’ 싶었다.
하지만 내부공간은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앞좌석, 뒷좌석, 트렁크까지 어느것 하나 양보하지 않고 모두 여유로운 공간을 지녔다. 세단처럼 낮은 전고로 날렵한 실루엣이지만 전장은 넉넉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36ℓ이며 뒷좌석 폴딩 시 최대 1611ℓ까지 확장된다.
외모 뿐만 아니라 주행성능도 사자를 닮아 민첩했다. 운전석에 올라타 가속페달을 밟자 거대한 덩치와 다르게 가벼운 몸놀림에 놀랐다. 푸조 408로는 사냥에 실패하긴 어려울 것이다. 시승 전 주행성능에 대한 여러 악평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1시간30분가량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내달릴 수 있던 덕도 있겠지만 가속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푸조 408은 기민한 핸들링을 위해 비교적 계기판은 위에, 스티어링 휠은 아래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계기판의 시인성은 떨어졌다. 날것의 야생처럼 좁은 화면에 잡다하게 많은 정보가 정리돼 있지 않고 복잡하게 배치돼 있었다. 여기에 미학적인 목적으로 추가된 헤드업 3D 클러스터는 눈의 피로도만 높였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도 변환할 수 있는데 가속페달을 더 밟기 전에는 노말모드와 큰 차이를 못느꼈다. 힘차게 밟아 속도를 올려서 달리면 스포츠카를 지향했다는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설명에 더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입차 치고 ADAS는 만족스러웠다.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을 키자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차량을 차선 중앙으로 주행할 수 있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줬다. 차간 거리도 꽤 부드럽게 유지해줘서 편리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던 점도 장점이다.
▲타깃
-인생 BGM이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로 깔리길 원한다면
-수입차로 프리미엄 감성은 내고 싶은데 주머니가 애매하게 넉넉한 당신
▲주의할 점
-강렬한 형광 연두색 스티치에 구매욕구가 박음질 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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