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편입 불발 이유로 ‘제한적 공매도’ 언급
미국·유럽 등은 전면 금지보다 처벌 강화 ‘집중’
필리핀은 27년만에 공매도 전면 허용하기도
금융위원회가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조치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힘들어진 것에 이어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악화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해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SCI는 지난 6월 한국 증시를 선진국 후보로 편입하지 않으며 이유 중 하나로 ‘제한적 공매도’를 언급한 바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주식을 사서 주식을 빌린 곳에 갚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인 5일 임시 회의를 개최하고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의결했다. 국내에서 공매도 전면금지가 단행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2020년 3월에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급락장 직후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지난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해 왔는데 이마저도 금지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거래 적발 등으로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 공매도 폐지 여론이 높아진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장기간 이뤄진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다. 이에 그동안 누적돼 온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기에 이르렀고 금융당국으로서도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금융 선진국들은 글로벌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코로나19 시기(2020년~2021년)에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는 않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 및 처벌은 강화해 왔다.
실제 미국의 경우 무차입이나 결제 불이행에 관해 500만 달러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한다. 벌금은 부당 이득의 10배로 부과한다.
또 지난달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방안의 골자는 전자공시사이트(EDGAR)에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대상 증권,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 증권별 공매도 잔고의 순 매수·매도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9월에는 무차입 공매도 관련 이를 수행한 증권사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캐나다 제약회사 콘코디아의 경우, 지난 2016년 1월에 20.03달러였던 주가가 11월에는 3.13달러로 급락했다. 회사의 발생 주식은 4000만주인데 해당 기간 공매도량은 2억3800만 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법원은 캐나다 증권사 씨아이비씨(CIBC)에 대해 고객사가 지시한 허위주문(스푸핑)에 대해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무차입 공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영국은 공매도 관련 처벌에 대해 벌금의 경우 상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공매도 규정 위반 시 각각 최대 50만 유로(약 7억원), 200만 유로(약 28억원)의 벌금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증시가 공매도가 금지된 것과 반대로 공매도 전면 허용을 결정한 나라도 있다. 필리핀 증권거래소는 이날부터 22개 주식과 1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필리핀 증시 내 모든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허용했다. 필리핀 금융당국은 지난 1996년 필리핀 증권거래소가 공매도 제도를 처음 제안한 지 27년 만에 허용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오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려면 자유로운 매매 관련 조건이 까다롭다”며 “(공매도 금지는) 외국인 참여도를 높이는 쪽과는 거리가 있고 외국인 수급이 들어오는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최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었던 국내 증시가 관찰 대상국에 오르기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로 오히려 시장 전반적인 유동성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증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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