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응급실에 실려가는 한이 있어도…”
NC 다이노스가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르는 동안 취재진 인터뷰에 가장 적극적인 선수는 단연 주장 손아섭(35)이었다. 솔직하면서도 위트와 센스 넘치는 답변, 야구에 대한 확고한 주관이 늘 인상적이었다. 도파민 얘기를 꺼냈고, 야구는 운에 맡겨야 한다는 건 해탈했다기보다 야구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그래서 후회 없는 사람이라서 내놓을 수 있는 얘기였다.
야구가 말하는 결과에 대해 내려놓되, 야구를 향한 열정은 내려놓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1경기가 더블헤더보다 더 힘들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소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릴 힘도 없었지만, 그것이 손아섭 야구의 가치를 꺾을 수 없었다.
손아섭은 와일드카드결정전 5타수 2안타, 준플레이오프 3경기 13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 1도루 2볼넷, 플레이오프 5경기 12타수 6안타 2타점까지. 합계 30타수 12안타 타율 0.400 3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자신의 야구만 다해낸 게 아니라 주장으로서 늘 후배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묵직한 침묵과 책임감으로 공룡군단을 이끌어갔다. 그는 그저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건 옛말이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말 손아섭은 그랬다. 그 진심은 어렵지 않게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손아섭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시리즈에 뛰어보고 싶고, 우승도 당연히 하고 싶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라고 했다.
손아섭이 꼭 자신의 한국시리즈 한을 풀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건 아니다. 정말 팀을 위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모습은 설명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후배들을 독려하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강인권 감독은 그런 손아섭에게 최고의 헌사를 했다. “너무너무 고맙다. 후배을 잘 이끌어줬다. 후배들이 손아섭의 열정을 배웠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손아섭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NC는 올 시즌 젊은 팀으로 거듭났다. 그들과 팬들, 그들과 코칭스태프를 잘 연결해준 존재는 단연 주장 손아섭이었다. 4년 64억원 FA 계약은, 절반이 지나고 대성공이라는 게 확인됐다. 작년 한 해 부진했을 뿐, 이미 돈 값을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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