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경기침체 전망에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불어닥친 감원 한파에 이은 추가 감원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미 경제가 연착륙을 넘어 ‘노랜딩(무착륙)’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졌다. 하지만 최근 고용이 서서히 둔화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운용사들이 감원으로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찰스 슈왑은 최근 전체 직원 3만5900명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000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다. 미 자산운용사 푸르덴셜도 240여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올해 4분기 구조조정으로 2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베스코도 올해 4분기 퇴직금 지급과 조직개편 비용으로 1500만~2000만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에도 퇴직금 지출 등에 당초 예상의 두 배에 달하는 3900만달러를 썼다. 구조조정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뜻이다.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감원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은 내년 경기침체 전망 속에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여파가 크다. 안전 자산 수요가 늘면서 주식 운용 인력에 대한 감원에 나선 것이다. 최근 투자자들은 경제가 냉각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월가에서도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초 경기 둔화 전망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사이클을 종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하이타워 트레저리 파트너스의 CIO인 리처드 사퍼스타인은 “앞으로 Fed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경제 활동은 더 둔화할 것”이라며 “주식은 아마 올해 최고치를 찍었을 것이고, 지금은 채권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채에 투자하기 매우 괜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로 미 자산운용업계에 감원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업체 존슨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이 인력 구조조정, 조직 개편·통합 등 비용 감축에 나서면서 연말 운용사의 성과급은 1년 전보다 5~10% 줄어들 전망이다.
존슨 어소시에이트의 크리스 코너스 수석은 “전통적인 자산관리 분야의 내년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며 “그보다는 더 조심스럽고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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