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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에 구멍이 뚫리면서 임직원들의 횡령이나 사기, 배임 등 비위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횡령사고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은행권은 내부통제 부문에 있어 강도높은 쇄신을 벌였다는 입장이지만, 올해도 임직원들의 비위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5년간 5대 은행에서만 100건이 넘는 횡령과 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사고금액도 1000억원이 훌쩍 넘었다. 회수도 원활하지 않아 금융사고 금액의 상당 규모가 은행 손실로 남았다.
은행별로 보면 건수는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금융사고 금액은 우리은행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5년간 내부통제 미흡으로 발생한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103건이었다.
임직원의 횡령 및 유용 사고가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기(27건)와 배임(7건), 도난·피탈(6건) 순이었다.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은 횡령 사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와 배임 등의 범죄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사고금액은 지난 5년간 1128억원에 달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횡령이 76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배임 201억원, 사기 87억원 등이었다. 개별 건수로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가 626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이어 국민은행에서 불거진 업무상 배임사고가 150억원으로 두 번째였다.
은행별 건수는 하나은행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국민은행(24건), 신한·우리은행(20건), 농협은행(13건) 순이었다. 횡령사고는 하나은행이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는 국민·신한은행이 각각 9건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사고금액은 우리은행이 751억원으로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드러난 700억원대 횡령사고 영향이다. 이어 국민은행이 175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는데, 150억원대 배임 사고 때문이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의 사고금액은 60~70억원 수준이었다.
회수도 원활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사고금액 중 650억원 가량이 회수되지 못하고 남아있었고, 다른 은행들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회수되지 못했다.
임직원의 비위 행위가 횡령 뿐만 아니라 배임과 사기 등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 은행은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했지만, 올해도 횡령과 미공개정보 이용, 고객 명의도용 등의 비위 사고가 이어졌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허울뿐이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한규 의원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에 미적거리는 사이에 횡령, 배임, 사기, 도난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사고금액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미 터진 금융사고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과 동시에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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