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5% 돌파…카드사 대출 문턱 높아진다

대출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이 자금 조달을 할 때 주로 활용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금리가 연 5%대를 넘어섰다. 금융사로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 만큼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고금리 여파 속에서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신용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연 5.274%로 전월 말(4.974%) 대비 0.3%포인트(p) 상승했다. 여전채 금리가 연 5%를 넘긴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카드사들은 은행의 예·적금처럼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채권시장 경색 이후 6%대로 뛰어오르며 통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다행히 올해 3월 연 3%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찾았지만 지난 6월 말 4%대로 진입,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은 이같은 추세라면 여전채 금리가 연내 7%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다시 급등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영향이 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사태 이후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채권 발행을 제한한 바 있다.

여전채보다 매력도가 높은 은행채가 풀리면서 지난 한 달 동안에만 7조4500억원어치가 순발행됐다. 은행채는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신용 등급인 ‘AAA’로 여전채보다 채권시장의 수요가 몰린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더 높은 금리에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채 금리의 상승 영향이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의 금리에 2~3개월의 기간을 두고 반영된다는 점이다. 결국 향후 소비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카드업계는 중·저신용자를 상대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지난달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 7개 카드사 가운데 신용 500점 이하 회원에게 카드론을 내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간 롯데·우리·국민카드가 신용 501~500점 구간 회원에게 카드론을 내줬지만 지난달부터 이마저도 문턱을 높였다. 게다가 신용 501~600점 회원 대상 카드론 금리는 19.9%로 법정 한도인 20% 직전까지 오른 실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여전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었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업계가 여전채 금리 상승 부담과 연체율 관리를 위해서라도 카드론 문턱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분위기상 내년 상반기까지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