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빈대가 출몰하면서 전국으로의 빈대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 않지만 사람 피를 빨아 먹으며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이나 피부 질환을 유발한다. 더군다나 빈대는 100일 가량 생존할 수 있고 번식력이 강해 박멸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빈대를 막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가 나섰다. 빈대 확산 대책에 나선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역의 움직임을 알아본다.
◆행안부,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 구성·운영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는 최근 빈대가 숙박시설, 목욕장 등에서 전국적으로 출현해 피해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 3일부터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빈대 등 위생해충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유입동향을 수시로 파악하면서, 국내에 빈대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리방안을 고민해왔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10개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범정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해 빈대 방제와 확산방지에 총력 대응한다.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는 지난 3일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복지부, 질병청, 환경부 등이 참석하는 첫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그간 빈대 방제 추진 현황과 효과적인 빈대 방제 방안,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대책을 논의했다.
먼저 행안부에서 대책본부 구성·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복지부·질병청이 빈대 발생 현황과 대책을 보고했다. 환경부에서는 살충제 등 방제용품 현황과 수급관리 대책을 보고했으며, 빈대 출몰지역인 서울·인천에서 빈대 방제 실시현황을 보고했다.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정기적인 회의 개최를 통해 빈대 방제 대책 추진에 철저를 기할 예정이다. 또 빈대 방제 관련 민간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제방안을 추가로 발굴하는 등 다방면으로 나서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최근 수도권에서 빈대가 다수 출몰하여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정부는 국민께서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빈대의 특성과 방제 방법 등을 국민께 정확히 안내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빈대 방제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빈대제로 프로젝트’ 추진···빈대박멸 나섰다
최근 빈대 출현 사례가 빈번해지며 사회적 문제로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는 ‘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해 빈대 박멸에 나섰다.
서울시는 빈대 확산 방지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숙박·목욕시설 등을 소독 의무시설로 지정하고 관련 부서 합동으로 빈대 방제 방안을 수립, 특별 점검에 나섰다.
시는 빈대 박멸에 시민들의 신고가 유효하다고 보고 온라인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호텔, 숙박시설, 사우나, 찜질방 등의 위생시설 점검과 동시에 유관 협회와 자율 방역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총 283명에 달하는 시·자치구 명예공중위생감시원을 활용해 숙박‧목욕장업 전체 3175개소에 빈대 예방 및 관리안내서를 배포하고 위생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만약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시 행정처분과 함께 자치구 및 영업소의 누리집에 위반사실을 게시하기로 했다.
또 빈대 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자치구에서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빈대 출현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사항 발견시 관계 법령에 의거해 행정처분하고 방제하도록 했다.
특히 시는 쪽방촌, 고시원 등 위생취약 시설에 빈대가 많이 출몰할 것으로 보고 빈대 예방과 방제 강화차원으로 예산 5억원을 긴급 교부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이를 위해 시는 쪽방촌, 고시원에서 빈대 발생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율점검표를 제작․배부하고, 상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독제와 같은 위생용품을 지원한다.
만약 쪽방촌, 고시원에서 빈대가 발생하면 방제를 지원하고 이후에도 신고센터를 통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그밖에 시는 지하철, 영화관 등 평소에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도 빈대 방지에 나선다.
이를 위해 서울지하철은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직물 소재 의자를 주기적으로 고온 스팀 청소하고, 단계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항 시티투어버스 차량 내부 방역도 실시한다.
아울러 시는 서울시 누리집에서 ‘빈대 정보 웹페이지’를 운영해 시민들에게 빈대에 대한 정보제공과 동시에 대응요령도 전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달 18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신속히 개최했고, 이후 빈대 발견 시 대응요령을 담은 ‘서울시 빈대예방 및 관리안내서’를 누리집에 게시하고 서울시 자치구에 배포했다.
◆ 강원도, 빈대 확산 방지에 특별조정교부금 1억원 긴급편성
각 지역에서도 빈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최근 전국적으로 빈대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특별조정교부금 1억원을 긴급하게 편성해 취약계층 시설과 숙박업소, 식품접객업소 등 도내 소독의무 대상 시설 등에 방역 소독을 지원한다.
현재 도내 직접적인 피해 신고 접수 건은 없으나, 최근 원주의 한 기숙사에서 빈대가 출몰해 소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장에서 사업주와 방역업체에서 방역을 진행한 바 있다.
김진태 지사는 “빈대는 특별한 감염병을 매개하지 않아서 관리대상은 아니지만, 가려움증, 수면방해, 피부 감염 등 2차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소독의무 대상시설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고시원 등 주거 취약계층 시설에 소독을 지원해 빈대로부터 안전한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에서는 도내 소독의무대상시설에 정해진 횟수와 기간에 맞춰 소독을 실시할 것을 당부했으며 이외에도 목욕탕, 대중교통 등 다중이용시설 등과 다수가 생활하는 기숙사, 병원, 요양원 등에도 위생관리를 강화할 것을 안내했다.
또한, 가을 단풍과 겨울 스키장 등 관광객들의 숙박시설 이용이 지속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말까지 도와 18개 시군이 함께 소독의무대상시설의 위생관리 현장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 빈대예방위해 경기도, 숙박업소 등 특별점검 추진
경기도는 지난 6일 오병권 경기도 행정1부지사 주관으로 긴급 도-시군 부단체장 회의를 열고 빈대확산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도는 한국방역협회 경기지부 자문회의 등을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경기도는 시군과 함께 11월 말까지를 집중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도내 숙박업소, 목욕장 업소 5,262개소 등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점검은 빈대 확산에 따라 확대될 수 있으며, 해충 방제를 위한 소독실시 여부를 살핀다.
이와 함께 31개 시군 49개 보건소에 예비비를 활용해 고시원, 외국인 노동자 임시거주시설, 기숙사 등 위생 취약 시설을 대상으로 빈대 방제 컨설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 질병정책과는 빈대 발견 시 콜센터 120 또는 시군 보건소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고 접수 시 보건소의 현장 조사와 빈대 관련 전문 방역업체를 연계 받을 수 있다.
빈대에게 물릴 경우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릴 수 있다. 1960년대 빈번하게 발견된 이후 살충제 보급 등으로 사실상 박멸됐지만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빈대가 발견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일 현재 도내 49개 보건소 확인 결과 일부 빈대 오인 신고는 있었으나 빈대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한편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로, 빈대가 출몰한 장소 모두 외국인이 머무른 곳”이라며 “이를 이용한 다른 사람의 여행용 가방 등 물품을 통해 집안으로 유입되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특히 양 교수는 빈대는 야외 서식성 곤충이 아니고 실내 서식성 곤충으로, 따뜻한 실내 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요즘 날씨가 추워져 가정마다 대부분 난방을 시작해 20도 이상 실내 온도가 유지되면 빈대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빈대는 집안 침대와 소파 등에 살며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대보나 옷 등 빈대의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2시간 이상 쬐어주면 박멸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노원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빈대 물림은 보통 옷이나 이불로 감싸지 않은 노출 부위인 팔다리, 발, 얼굴이나 목 등에 떼 지어서 또는 선상의 다발성 병변으로 나타난다”며 “피부에 달라붙어 많은 양을 흡혈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빈혈과 고열을 유발할 수 있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온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며 “염증이 생긴 경우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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