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담감이 있었어요, 팬들의 마음을 아니까.”
최성원은 올해 여름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4억원에 서울 SK를 떠나 안양 정관장으로 이적했다. 고향 안양으로의 컴백, 그러나 주변 반응이 이상했다.
최성원은 FA 시장에서 준척급 자원 중 매우 좋은 카드로 꼽혔다. 보조 리딩이 가능한 2번 자원으로 탄탄한 수비, 정확도 높은 슈팅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기에 정관장도 최성원을 원했다. 변준형의 군입대로 인한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 영입과 이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관장의 상황은 최성원을 반기기 힘들었다. 최성원을 영입한 5월 17일, 2022-23시즌 통합우승 주역이었던 문성곤이 수원 kt로 이적했다. 이어 오세근마저 FA 시장 막판에 SK로 향하면서 팬들의 시선은 최성원이 아닌 다른 쪽에 집중됐다.
최성원은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팀에 새로 온 선수보다 나간 선수를 더 신경 쓰게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오)세근이 형과 (문)성곤이 형이 나가고 내가 들어온 상황이 되어버렸다. 팬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나는 세근이 형이나 성곤이 형급의 선수라서 정관장에 온 게 아니다. 그저 나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었는데 그때 분위기는 세근이 형, 성곤이 형급의 선수가 와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심적 부담감이 컸다”고 밝혔다.
부담감이 쌓인 상황에서 자신의 퍼포먼스까지 나오지 않으니 힘겨운 하루가 계속됐다. 최성원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 전 5경기에서 기대만큼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한 평가도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최성원은 “첫 5경기 동안 내가 어떤 농구를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 또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고려대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최성원은 코치로부터 농구를 그만두라는 모진 말까지 들어가며 꿋꿋이 버텼다. 그때의 설움이 정관장 이적 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 개인의 부진으로 인해 다시 떠올랐다.
믿었던 슈팅도 말을 듣지 않았다. 최성원은 첫 5경기에서 3점슛 30개를 시도, 불과 7개 성공에 그쳤다. 2점 야투 역시 31.3%(5/16)로 부진했다. 그러나 최성원은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자신이 왜 정관장에 왔는지 실력으로 설명했다. 그는 32분 8초 동안 3점슛 4개 포함, 20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날카로운 슈팅 감각을 뽐내며 팀의 91-80 승리를 이끌었다.
최성원은 “솔직히 고려대 시절도 생각났다. 다행인 건 그때 한 번 아파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황은 달라도 어려움이 있을 때 더 빨리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한국가스공사전 이후 기쁨보다는 한숨만 나왔다.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더라. 이제 조금 보여준 건가 싶기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슈팅도 좌우로 빠지면 영점을 잡기 위해 연습할 텐데 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미치겠더라. 림에도 감정이 있는 듯했다. 내가 가진 부담감을 림도 알고 있나 싶기도 했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너무 안 들어가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이적 후 6번째 경기 만에 가치를 증명한 최성원. 2023-24시즌은 이제 시작했고 그가 자신을 증명할 경기는 많이 남았다.
최성원은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게 좋다. 슈팅 감각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며 “안양에서의 생활도 만족한다. 본가가 가까워서 부모님도 경기장에 자주 오신다. 이제는 부담감을 버리고 게임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동안 정관장이라는 팀이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에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이제는 그런 생각과 부담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바랐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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