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도소·구치소에 수용된 재소자들이 “과밀 수용으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재소자 47명에게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5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현주 판사는 교도소·구치소에 수용됐던 재소자 50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취지로 재소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정부가 재소자 47명에게 총 6025만원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과밀 수용이 인정되지 않은 재소자 3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부산과 인천, 서울남부구치소와 경기 수원·화성, 강원 원주교도소 등에 수용된 재소자들은 지난 2021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소자들은 “교정 시설에 수용되는 기간 동안 1인당 면적이 2㎡(약 0.6평) 미만인 공간에 과밀 수용돼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렸다”면서 “위법한 과밀 수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정부가 수용자들을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에 수용한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위법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재소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김 판사는 “교정 시설의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난방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며 “1인당 수용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소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된 이상,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정부가 교정 시설 신축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와 협의하며 노력하고 있는 점, 수용 기간 중 코로나19 발생으로 격리 수용이 필요한 기간이 있었던 점 등이 참작됐다. 이를 고려해 김 판사는 과밀 수용 기간이 300일 이상인 35명에게 각 150만원, 100일 이상 300일 미만인 11명에게는 각 70만원 등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단했다. 8일간 수용된 재소자는 5만원을 배상받았다.
대법원은 작년 7월 교도소·구치소 수용자 한 사람당 2㎡ 미만의 공간을 배정한 경우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의 배상 의무를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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