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북은행 가계대출 ‘역성장’…고금리 리스크에 ‘발목’

전북은행(왼쪽)과 광주은행 본점 전경. ⓒ각 사

JB금융그룹 계열사 광주·전북은행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다른 지방은행들과 달리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이들 은행은 신용대출 중심의 전략을 구사해온 탓에 탄력을 받지 못한 모습이다.

앞으로도 고금리에 따른 건전성 악화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부진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35조91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5%(4조567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대구은행이 19조6003억원으로 14.3%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부산은행이 19조2032억원으로 경남은행은 12조2547억원으로 각각 10.8%, 1.3%씩 늘었다. 경남은행의 경우 입주 예정 사업장의 중도금대출 상환이 이어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역성장을 면했다.

반면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은 8조1751억원으로 0.1% 줄었고 전북은행은 7조1827억원으로 5.6% 감소했다. 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4조9141억원, 2조1322억원으로 5.3%, 14.8%씩 줄었다. 다른 은행들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수요 확대로 자산 성장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두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전략을 취해온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이 확대되자 신규 취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이들이 주로 취급한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는데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탓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10차례 인상해 올 1월까지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동결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재까지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의 연체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북은행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가계 연체율은 2.10%로 전분기보다 0.38%포인트(p)나 오르면서 2%대를 넘어섰다. 광주은행도 1.13%로 0.25%p 상승하면서 1%대를 돌파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이익 증가에 유리했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부실화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에는 광주·전북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이 다소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성 관리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변동금리 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예고한 것도 변수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추가 적용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최근 가계대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수요가 크지 않고, 은행의 건전성 관리 노력도 더해지면서 잔액이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건전성 악화 추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