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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딜레마]④글로벌 석학도 “韓,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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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대응책을 하나씩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대출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상품도 공급하는 등 정부의 일관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도 최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한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애덤 포즌 “韓 가계부채 우려…은행 대출 규제 강화해야”

포즌 소장은 지난 3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한은이 그동안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해왔던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1.7%)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향후 소비와 투자,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즌 소장은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기준금리보다 대출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되짚어보면 규제가 기준금리 조정보다 훨씬 효과적인 정책이란 걸 알 수 있다”며 “한국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보다는 개인 대출 요건과 은행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는 국내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외형 성장이 원인이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리먼 브러더스 사태도 저신용자들에 대한 과도한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일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성공했다. 포즌 소장은 최근 고금리 기조에도 미국 경제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도 가계·기업의 비교적 적은 부채를 꼽았다. 사실상 디레버리징에 실패하고 가계부채 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포즌 소장은 규제가 효과를 봤던 최근 사례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포즌 소장은 “중국 공산당이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그동안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부동산 투자 조건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금방 꺼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수십년간 쌓인 지방정부·기업 부채를 낮추기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지기도 했으나, 부동산 버블은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다.


‘변동·단기’ 대출 대신 ‘고정·장기’ 대출 늘려야

가계부채 문제를 기준금리보다는 정부 정책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이창용 총재 생각과도 비슷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을 통하는 것보다 미시적 정책으로 조정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며 “그래도 가계부채가 안 줄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달 스트레스 DSR을 연내 신속히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가산금리를 추가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가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감을 잡기 위해선 DSR 예외 대상을 줄이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잉 대출이 되지 않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DSR 같은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대출은 건전성이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단기대출 위주의 대출 상품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고정금리, 장기대출 위주의 대출 상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DSR 제도는 원리금을 산정할 때 전세대출과 중도금 대출, 재건축 이주비·추가분담금 대출 등은 제외되는 등 예외가 많고, 아파트 선분양과 같은 가계부채를 자극하는 요인들도 많은 만큼 전반적인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가계부채 줄이겠단 정부 ‘일관성’ 가장 중요

다만 DSR 규제를 너무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고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DSR 규제에 일정한 선을 정해놓고 획일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스 지수를 적용하거나 연체율 상승 등과 연동하는 등의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너무 강하게 하면 자기 소득을 충분히 노출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대출이 완전히 막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SR 제도가 가지는 기본적인 기능은 살리되,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일관된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도 많다. 당장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시장에 ‘경기가 침체하면 규제가 다시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많으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나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대출, 세금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으나 ‘정권이 바뀌면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집값이 더 오른 바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우리나라는 대출 규제를 경제 상황에 따라 풀었다, 조였다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규제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면서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은 (규제를 강화하면) 제도권 금융에서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으니 특화된 대출 제도를 만들고, 젊은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공적기금도 따로 마련해서 정부 차원에서 재원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좀 강화하는가 싶었더니 또 신생아 특례대출을 만드는 등 가계부채를 줄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일관성을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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