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의 가계 부채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빚으로 소비를 충당했던 미국인들이 고금리 여파에 카드값과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현상이 관측되면서, 견조했던 미국의 개인소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7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올해 3분기 미국의 가계부채가 17조3000억달러(약 2경 2571조원)를 기록하며 전기 대비 2280억달러가 늘었다고 밝혔다.
부채 상승을 견인한 것은 50대 미만의 소비자들이었다. 이번 분기 전체 가계부채에서 50대 미만이 차지하는 부채 보유 비율은 55%에 달했다. 올해 2분기 48%를 기록했던 부채보유비율이 7%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는 연은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청장년층의 부채와 함께, 연체율도 급격하게 늘었다. 올해 3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사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480억달러 늘어난 1조8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최고 규모다. 동시에 신용카드 연체율도 함께 뛰었다. 3분기 신용카드 부채를 갚지 못한 비율은 8.01%를 기록하면서 2011년 이래로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 장기 연체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연체율은 5.78%로, 전년 동기(3.69%)대비 2.09%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18~39세 이하 청년층에서 90일 이상의 장기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연은은 “청년층은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있어, 체납의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료 상승도 주택 보유 비율이 낮은 청년층의 카드값 연체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치는 향후 청·장년층의 소비 여력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미국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시기에 쌓아둔 저축으로 보복 소비를 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견조한 소비 지출을 기록해왔다. 소매 매출은 지난 3~9월 연속 전월 대비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개인 소비가 고금리와 고물가에 위축될 경우 미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휘청인다면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융 정책에도 개인 소비 둔화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학자금 대출 등 대부분의 부채 유형에서 신규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줄어드는 저축과 늘어나는 부채에도 소비자들이 빚을 갚아나가면서 소비를 계속할 수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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