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조·3조)’을 강행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여권과 재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앞세워 통과를 저지할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뒤 이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8일 일제히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인 홍석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경제6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헌법재판소가 노조법 처리 절차와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는 노조법 개정안이 갖고 있는 실체적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니었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불법 파업마저 법으로 보호하자는 반법치주의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의원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노조의 불법 행위가 증가해 기업 활동은 위축될 것이 명확하고 대립적 노사 관계로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 산업 현장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경제6단체 또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 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상적인 사용자 개념은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법 추진에 반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개정안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산업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법 개정안은 우리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도 야당을 향해 법안 추진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헌법·민법 위배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간 애써 쌓아온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여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통과를 공언했다. 야당 단독으로 지난 5월 본회의에 직회부된 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간 협상을 우선하며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김 의장도 법안 상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석수가 과반이 넘는 만큼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만 된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법안 저지 총력전을 벌일 예정이다. 초·재선 의원은 의무로 참여시켰고, 이밖에 발언을 원하는 의원들의 신청을 받았다. 노란봉투법 반대 토론에는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소속 간사를 비롯해 20명의 의원이 나선다.
민주당은 종결 동의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킬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의장에게 요구하면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다. 현재 재적 의석수가 298석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5분의 3에 해당하는 179표를 확보해야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가 가능하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까지 24시간 간격으로 토론과 종결 표결이 이뤄지면 오는 13일께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인지 기자들이 묻자 “예, 건의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여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두고 ‘거부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 강조해왔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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