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퍼진 가운데, Fed 당국자들이 금리 인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월가 거물들도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제기하며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셸 바우먼 Fed 이사는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 뱅커스 리그가 주최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적절한 시기에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그는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에 관해 “지난 9월 이후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경제·인플레이션에 미칠 여파를 확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2%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 향후 금리인상을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Fed 당국자들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온도차는 있지만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며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좋은 경로에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하루 전 “인플레이션이 반등해 2%를 벗어난 수준에 머물 수 있고,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과소 대응보다는 과도하게 긴축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금리인하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파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올해 3분기 미국이 4.9%의 깜짝 성장을 달성한 것을 놓고 ‘폭발적인 성과(blowout)’라며 “향후 정책 검토시 면밀히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반응들이다. 지난 1일 Fed가 기준금리를 5.25~5.5%로 2회 연속 동결하고, 과열된 고용시장 둔화 조짐까지 확인되며 최근 석달간 급등했던 미 국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4.56%선까지 떨어져 Fed의 금리동결 직전인 지난달 31일(4.92%선) 대비 크게 내렸다. 이날 Fed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지만, 금리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월가 거물들도 인플레이션 위기를 재차 언급하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 어소시에이츠의 밥 프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파이낸셜 리더스 투자 서밋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 긴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해 시장이 과소평가 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인 두 지역은 아직 (물가와 금리가) 균형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 지정학적 위기로 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반세계화가 물가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Fed의 금리인상 후 국채 금리 하락 등 빠르게 완화되는 금융 여건이 오히려 추가 긴축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Fed의 금리인하 폭을 92bp(1bp=0.01%포인트)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Fed 관계자 예상치(0.5%포인트 인하)를 크게 상회했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거시경제 전략가는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금융 여건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다시 긴축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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