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알몸 상태로 내보낸 뒤 1시간이 넘도록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이 결과가 뒤집어졌다. 결국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것.
이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모친 B씨의 옷을 벗겨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를 본 이웃 주민들이 B씨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문을 두들겼으나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B씨는 기온 10.6도에서 1시간 30분가량 방치됐다.
결국 보다 못한 이웃 주민들이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이 B씨를 데리고 A씨 집을 방문했다. A씨는 그제서야 문을 열어줬다. 그로부터 1시간 후 경찰의 연락을 받고 A씨의 집을 방문한 B씨 담당 사회복지사는 B씨가 나체로 엎드려 누운 채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 사회복지사가 B씨가 알몸인 이유에 대해 묻자 A씨는 “자꾸 옷을 벗으려 한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는 B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B씨의 몸을 돌렸다. 그러나 B씨는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사회복지사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B씨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B씨의 사인에 대해 “저체온증 또는 급성 심장사로 보인다”라면서도 “당뇨합병증이나 다른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어머니에게 옷을 다 벗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의로 학대한 건 아니”라고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다른 외부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것은 아니”라며 “전문가들이 ‘고령의 치매 환자로 당뇨까지 있는 피해자가 밖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 인과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은 20대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정상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학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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