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4년 전, 마블의 첫 여성 슈퍼히어로 단독 영화로 진취적인 여성성을 보여줬던 ‘캡틴 마블’이 ‘더 마블스’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 여성 연대 서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으로 ‘캡틴 마블’의 뒤를 잇는 트릴로지 시리즈 대신 팀업 영화가 된 점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세 여성 히어로의 연대와 성장사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 간결하게 녹여내려는 시도는 높이 사지만 이로 인해 ‘설명충’이 돼버린 캐릭터들은 진부해졌다.
8일 개봉하는 ‘더 마블스’는 우주를 지키는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는 위기에 빠지면서 뜻하지 않게 새로운 팀플레이를 하게 되는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다. 15년 전 ‘아이언맨1′(2008)부터 시작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세계관 타임라인이 어느덧 페이즈5에 접어 들었다. ‘어벤저스'(2012)가 마무리한 페이즈1에 이어 ‘앤트맨'(2015)’, ‘스파이저맨: 파프롬 홈'(2019)가 각각 페이즈2, 페이즈3를 매듭 지은 가운데, 수년 간 펼쳐진 페이즈4는 본격적으로 세계관의 배경을 우주 단위로 놓기 시작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로 끝을 맺은 페이즈4는 새로운 캐릭터들을 쏟아내면서 신규 관객의 진입 장벽을 높였고, 이들을 소개하기 위해 계속되는 팀업 무비의 등장으로 기존 유명한 히어로들 사이에 소위 ‘끼워 파는 듯한’ 전개를 펼쳤다. 자연히 각 영화의 스토리 라인이 약해지고, 이 과정에서 디즈니+ 마블 시리즈 드라마들과 스토리 라인이 얽히면서 더욱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페이즈5의 문을 열었다. ‘앤트맨3’는 페이즈4에서 노출된 높은 진입 장벽, 부실한 스토리 라인 등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고, ‘가오갤3’이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MCU 세계관보다는 전작들과의 연결성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기에 페이즈5로서의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더 마블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즈5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였으나, 결과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자신의 행성을 망가뜨린 캡틴 마블에게 복수심을 지닌 크리족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 그는 행성 할라를 되살리기 위해 신화적 유물인 뱅글 한 쪽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해 점프 포인트를 만들어 캡틴 마블이 고향으로 여기던 행성들을 침략한다. 이 새로운 빌런을 막기 위해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가 활약하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모니카, ‘미즈 마블’ 카말라 두 사람과 계속 위치가 바뀌게 되고, 세 사람은 갑작스레 짜여진 팀 안에서 공조를 시작한다. 두 명의 새로운 히어로 모니카, 카말라의 등장은 다행히 전작을 섭렵하지 않아도 이해가 가능한 수준에서 쉽게 그려졌다. 카말라는 캡틴 마블의 광팬인 10대 소녀라는 설정으로 등장해 활발한 에너지를 스크린으로 몰고 오고, 모니카의 서사는 ‘캡틴 마블’에서 캐럴을 ‘”이모”라 부르며 반겼던 순간들만 기억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설명됐다. 크리족과 스크럴 종족의 긴 갈등 관계를 담은 디즈니+ ‘시크릿 인베이전’을 통해 새로운 히어로로 성장한 모니카의 서사, 모니카와 캐럴의 갈등도 쉽게 풀어내 진입장벽을 줄이려던 시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캐릭터 간의 관계성은 치밀함이 떨어지게 됐다. 기존의 방대한 서사들을 축약해 대사에 구겨 넣고, 영화의 큰 축이 되는 캐럴과 모니카의 간의 갈등도 그저 대화로만 풀어 나간다. 할라를 망쳐버린 과거의 실수를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 캐럴의 성장 서사 또한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역대 MCU 영화 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인 105분 안에 모든 것을 구겨 넣은 느낌이다. 다만 세 히어로가 위기를 넘나들며 하나의 팀으로 묶이는 과정은 이질감 없이 그려졌고, 이들의 일명 ‘스위칭 액션’은 좋은 볼거리다. 이들의 상대인 다르-벤은 그간의 마블 영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존재감이 없는 빌런이지만, 그럼에도 다르-벤과 세 히어로가 부딪히는 네 여성의 액션은 완성도 높게 완성됐다. 빛을 사용하는 세 사람의 액션은 속도감이 넘치고, 위치가 바뀔 때마다 기발한 동선이 펼쳐지고 신선함을 자아낸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을 박서준의 등장은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캡틴 마블의 남편, 알라드나 행성의 왕자 얀은 단 3분의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의 민망함이 담긴 웃음을 자아냈다. 의상은 둘째 치고, 노래로만 소통한다는 알라드나 행성의 설정 탓에 순간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 무도회 신이 펼쳐져 손발을 오그라뜨린다. 이어지는 짧은 영어 대사들과 더 짧은 전투신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지만, 배우가 가진 연기력과 기존의 매력을 뽐내기에는 역부족인 판이었다. 오히려 박서준의 ‘3분’보다는 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양이 모습의 외계 종족, 플러큰들의 활약상이 더 존재감이 크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마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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