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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적자’ 한전· 가스공사 적자해소 난망…“내년 총선 후 요금 인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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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국전력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대표적인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자구노력에도 심각한 재무위기에 처했다. 두 곳 모두 전기와 가스를 장기간 원가이하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기·가스를 팔수록 손해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한전은 200조원이 넘은 부채를 안고 있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5조원 이상에 달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천연가스를 원가 이하로 팔아서 생긴 일종의 영업 손실이다.

8일 한전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와 자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내용의 추가 자구책을 내놨다. 인재개발원 부지의 현재 시가는 2500억원가량으로, 한전은 자연녹지가 대부분인 해당 부지를 상업용 등으로 용도 변경해 가치를 높여 매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가치가 7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그러나 부채 200조원의 한전 재무 위기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줄곧 전기요금 인상이 꼽혀왔다. 여권 입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분위기입장으로 주택·업소용을 동결하고 오는 9일부터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에 대해서만 전기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즉 규모가 큰 기업으로 한정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에 한정된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역마진 구조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한전이 내놓은 추가 자구책을 놓고도 ‘미봉책’이라는 인색한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여 싼값에 파는 역마진 구조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이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누적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47조원이 넘는다.

따라서 산업용뿐 아니라 전체 요금 구조를 에너지 원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전반적인 요금 인상은 여권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역으로 내년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음을 뜻한다. 당분간 한전의 적자가 눈에 띄게 개선될 조짐이 없으므로 ‘전기요금 인상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 자구책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대체적인 평이다. 인력 효율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당장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한 임직원들의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만큼 추가 자구책에 ‘희망퇴직’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사실상 희망퇴직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다.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한전KDN의 지분 20% 매각 역시 현실성, 시의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전이 ‘한전KDN의 매각가치 제고를 위해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한 보유 지분 20% 매각 추진’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상장 후 매각까지 1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벼랑 끝에 선 한전의 즉각적인 자구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울러 정부는 가스요금을 동결키로 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스요금을 동결키로 했다”면서 “지난해 초 대비 총 5차례에 걸쳐 45.8% 가스요금을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큰데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재무구조를 면밀히 보면서 국제에너지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4·5·7·10월에 걸쳐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5.5원(약 38.7%)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5월 한 차례 인상(MJ당 1.04원)하는 데 그쳤다.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입을 독점하는 가스공사의 경영 실적만 보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스공사는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부채 200조원을 넘긴 한전 부채비율(460%)보다 심각한 상태다.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원가보상률 78%)에 가스를 팔고 있어서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0년 1조21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200억원까지 불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5조3600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가 가스요금 인상 대신 의존하는 건 회사채다. 올해 3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는 39조8901억원이다. 3분기 기준 사채 발행 잔액은 29조401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가스공사법을 개정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4배에서 5배로 늘렸지만 1년 만에 한도가 거의 찬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업소용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동결로 물가 충격을 흡수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며 “4분기 가스 요금을 동결하면 결국 내년 초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내년 4월 총선이후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P-2023-008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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