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렐라 대통령, 공식 초청으로 방한
대통령 내외, 국빈 행사 통해 극진 대접
‘상대국’ 이탈리아와 ‘밀착’…결선 투표 고려한 전략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엑스포 상대국인 이탈리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탈리아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이같은 손길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부터 2박 3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 행사로 성대히 마타렐라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오후 4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국빈 행사에 참석했다. 국빈 행사는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양해각서(MOU) 서명식, 공동언론발표, 공식 만찬 순서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 내외는 마타렐라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자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마타렐라 대통령 내외를 맞았고, 양국 정상은 예포 21회 발사 후 양국 국가 연주를 듣고 의장대를 같이 사열했다.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은 그동안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G7·G20 등 국제무대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왔고, 특히 이탈리아는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해 주셨다”며 “앞으로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이탈리아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와 한국은 매우 비슷한 점이 많다”며 “민주주의, 자유로운 시장경제, 서로의 시장 교역, 또 여러 협조하에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러한 중요한 가치를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서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와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수소 및 AI 등 산업 협력 MOU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 협력 MOU △물리 분야 연구 협력 MOU 등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담 이후 두 정상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식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정상회담에서 내년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더욱 확대되고,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한국과 이탈리아가 서로에게 문화적 과학적 영감을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이 지난해 역대 최고의 교역액을 기록한 점을 가리켜 “한국과 이탈리아는 우수한 제조 기술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협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긴밀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답사에서 “대한민국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이며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매우 견고한 양자 관계 안에서 한국과 유럽연합을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2024년에는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를 심화하고 더욱 풍부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일련의 행사가 양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尹, ‘경쟁국’이자 ‘협력국’ 이탈리아와 ‘밀착’…엑스포 유치 포석?
윤 대통령의 이탈리아를 향한 ‘밀착’ 행보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탈리아 로마는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결정되는 2030 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하는 경쟁국이자, 결선투표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캐스팅 보터’가 될 유럽의 표심을 쥐고 있는 중요 협력 대상국이기도 하다.
엑스포 선정 투표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182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1~2위 득표 도시를 대상으로 2차 투표가 진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3위 가능성이 높은 이탈리아 로마 지지국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날 회담 공식 발표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회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결선 투표를 염두에 뒀을 때 이번 이탈리아와의 정상회담은 유럽 등 이탈리아 지지국들의 표심에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사우디가 대내외 사정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때 가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사우디가 2034년 월드컵을 유치했다. 여태까지 사례가 월드컵과 엑스포를 동시에 유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렇기에 우리가 엑스포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를 만나서 양보 수준은 아니겠지만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에게 전혀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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