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미국 재무부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선 기존 관찰대상국이었던 한국과 스위스는 빠졌지만, 베트남이 새로 포함됐다.
환율관찰대상국(currency watch list)이란 미국에 대해 자국의 교역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국가들을 일컫는다. 미국 입장에서 특정국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2016년 4월29일 발간된 미국 재무부의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재무부는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일 년에 두 번(4월·10월)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경제 및 정책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환율조작의심국’에 대해서는 심층분석 보고서도 작성한다.
미 재무부는 각국의 환율정책을 3가지 기준으로 따진다. ▲지난 일 년간 미국을 상대로 상품과 서비스 등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를 초과하면서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를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는지 등 세 가지이다. 세 가지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재무부의 감시 대상이 되며, 심층분석대상의 경우 ‘환율조작국’ 리스트에 오르거나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재무부는 또 이들 국가에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를 시정할 것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청 후 일 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들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무역협정 체결 시 외환시장 개입 여부 평가 등 구체적인 제재를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무부는 “지난 6월까지 일 년간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찰대상국으로 베트남에 더해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모두 6개 국가를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속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었다. 2019년 상반기(1가지 기준만 해당)를 제외하고 그동안 계속 2가지 기준에 해당했는데,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또다시 무역흑자 기준 1가지에만 해당하면서 이번에 관찰대상국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2회 연속 1개 이하 기준만 충족할 경우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한국은 3가지 기준 중 무역흑자(380억달러)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무부는 무역촉진법과는 별개로 종합무역법을 토대로 환율조작국 및 비(非) 조작국 분류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번에도 환율조작국에 해당하는 국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9년 8월5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 해제된 적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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