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는 초등학생 자녀를 병원에 데려갔으나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아이 엄마와 의사가 서로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대치전을 벌이고 있다.
뇌전증 아이를 키우며 평소 육아 관련 글을 올린 A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병원 측은 소아과 선생님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A씨는 “아이는 한 번 경련을 하면 멈추지 않아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 그런데 어떤 병원도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병원에서 환자를 거부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소아과 선생님이 없다고 모두 거부했다. 그럼 아픈 아이들은 어디서 치료받아야 하냐”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이의 경련을 빨리 멈춰야 했기에 그냥 병원 응급실로 쳐들어갔다. 응급실 앞에서 경련하는 데도 거부하면 불법이니까.. 그런데 아이가 응급실 앞에서 경련을 하는데도 어떤 조처도 하지 않고 냉정한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소아과 선생님이 없으니 다른 병원 가라’라고 했다. 어떤 의료진도 아이가 눈이 돌아가고 거품을 물어도 보고만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상황에 나는 눈이 뒤집혔다. 소리를 지르며 의사와 싸웠지만 의사는 계속 우리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선생님 왜 이렇게 냉정하세요! 선생님 자식이 이러면 똑같이 하실 건가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의사는) ‘안 되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데려온 구급대원한테도 화를 내고 다시는 안 받아줄 거니까 가까운 병원에 가라고 했다”라고 했다.
의사의 대응에 분노한 A씨는 결국 폭발했다. A씨는 “‘의사 맞습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환자 거부로 신고한다고 했고 SNS에 다 올린다고 했더니 지금 협박하냐고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녹음했고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때야 꼬리를 내리시며 주사를 주셨다. 근데 간호사가 주사를 밖으로 가져오더니 구급차에서 주사를 주는 게 아닌가. 열이 나서 탈수 증상도 있고 5번 경련을 해서 힘이 없는 아이를 응급실에서 조처하지 않고 아티반 주사만 엉덩이에 찌르고 가버리다니”라며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어제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언제까지 우리는 응급실 앞에서 이렇게 피 터지게 싸워야 할까”라며 “이렇게 싸워서라도 아이를 지킬 거다. 이젠 가만있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A씨의 아이를 진료한 의사 B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올리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B씨는 당시 A씨 자녀를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병원에는 A씨 자녀에 대한 과거 치료 기록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아이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었기에 기저질환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조처하기에 무리였다는 것이다.
B씨는 “소아과 의사가 없고 진료가 불가능한 시간임을 119에 사전 공지도 하고 전화로 119 대원에게 설명도 했다. 진료와 검사를 해도 판단해 줄 사람이 없고 선의로 대신 판단해서 결과가 나쁘면 보호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응급 처치 후 전원을 하려고 해도 권역 내에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환자가 나빠지면 무조건 소송 위험성이 있고 특수상황이 아니면 본원에 입원시킬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서 우리 병원과 가장 먼 곳에서 20km가 넘는 거리를 119 대원을 닦달해서 중간에 모든 응급실을 제치고 권역 정 반대편으로 보호자 맘대로 이송했다”라며 A씨가 병원에서 벌인 일을 털어놨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의사의 충분한 설명에도 “경련할 때까지 병원 문 앞에 구급차 세워두고 기다리겠다. 우리 애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냐. 내가 인플루언서인데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SNS에 올리고 너희들 다 법적 처벌받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B씨는 “원하는 게 관철될 때까지 난동과 협박을 하고는 인플루언서인데 SNS 올려서 처벌받게 할 거라고 갑질을 지속 시전한다. 그 와중에 다시 아이가 경련을 시작해 멈추지 않아 진경제를 1회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119 타고 가버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절대 권력 인플루언서님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구급차도 규정과 관계없이 119대원을 호령해 자기 맘대로 움직이고 전문 진료 인력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사전에 고지하고 수용문의 전화에도 응답한 병원 사정 따윈 모르겠고 무조건 호통치면 의사의 능력과 관계없이 진료하고 책임져야 하냐”라며 황당해 했다.
이어 “과거 기록이 있으니 그거만 쳐다보면 의사는 슈퍼맨처럼 알아서 진료하고 약을 대령해야 하냐. 동의하지 않으니 녹화하지 말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마음껏 타인과 상황이 포함된 동영상은 촬영해도 되냐. (A씨는) 상황 설명하는 의사에게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자기는 정의의 사도이니 ‘내가 하는 행동은 모두 옳고 정당하다’며 자기를 고소하라고 했다. 신종 벼슬이다”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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