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파타야 살인사건’의 주범이 범행 8년 만에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9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9)의 상고심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김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고의, 사체유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공범 윤모씨(40)와 2015년 11월 19∼20일 파타야의 한 리조트 인근에서 한국인 프로그래머 A씨(사망 당시 24세)를 차에 태워 돌아다니다가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차를 주차장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3월부터 태국 방콕시에서 다수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김씨는 도박사이트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고용한 A씨가 일을 못한다며 윤씨와 함께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15년 11월 19일 국내에 있는 지인에게 원격으로 A씨가 사용하던 컴퓨터에 접속하게 해 A씨가 도박사이트의 베팅정보, 회원정보 등을 빼돌렸는지 찾아보게 지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A씨가 파일공유 사이트에 김씨가 자신을 구타하는 소리를 녹취한 파일 등을 공유시켜 놓은 사실을 알아내게 됐다.
같은 날 저녁 김씨는 윤씨에게 A씨가 도박사이트의 베팅정보 등을 빼돌린 단서를 찾아냈다고 말하고, 윤씨와 함께 공유사이트의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말하라면서 주먹과 발로 A씨의 온몸을 수차례 때렸다.
두 사람은 도박사이트의 사무실 주소가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태국 파타야로 사무실을 옮기기로 결정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이미 상습적인 폭행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된 A씨를 계속 구타했다. 이들은 주먹과 발로 구타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충격기로 몸에 화상을 입게 하고, 도구를 이용해 손톱을 빼기도 했다.
이들은 방콕에서 파타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차량을 정차시키고 이미 빈사상테에 빠진 A씨를 차량에서 내리게 한 뒤 야구방망이나 목검과 같은 길고 단단한 물체로 A씨의 머리 부위 등 온몸을 수십 회 때렸다.
결국 A씨가 의식을 잃고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빠지자 두 사람은 태국 파타야의 한 호텔로 이동해 A씨에게 물을 떠다 줬지만 A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A씨를 부축해 호텔로 들어갈 경우 A씨의 상태가 제3자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한 두 사람은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 은밀한 장소를 찾기 위해 태국 파타야 일대를 배회하면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결국 2015년 11월 20일 새벽 외부 충격으로 인한 머리 부위 손상(뇌부종) 등으로 사망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A씨의 사체를 차량 뒷좌석에 실은 채로 태국 촌부리의 한 리조트로 이동한 뒤 A씨의 사체에 선글라스를 씌워 제3자가 사망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 뒤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방치해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범행 후 베트남으로 달아났다가 2018년 4월에야 국내에 송환됐고, 일단 공동감금·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후 추가 수사를 거쳐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다시 기소돼 이날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공범 윤씨는 따로 기소돼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았고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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