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골든타임’ D-10년.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 10년 남짓 남았다는 경고가 정부 보고서로 제출됐다. 지금은 출산 비중이 큰 연령대가 300만명대지만, 2030년 이후부터는 200만명대로 줄어들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책이 나와도 ‘인구지진’을 막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노동·연금·교육개혁과 함께 부정적인 결혼·출산 이미지 제고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저출산 심층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에는 정부 관계자와 학계, 국민이 바라보는 저출산 현상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KDI스쿨) 교수팀이 작성한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6차례 이뤄졌던 ‘인구정책 비전 수립을 위한 전문가포럼’의 발표와 토론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확인한 문제점과 정책 제안, 정책대상자 심층 인터뷰 결과도 수록됐다.
포럼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저출산 해결 골든타임이 향후 10년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34세 인구 규모가 향후 10년간은 300만명대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4년부터는 30~34세 인구가 286만명으로 급감하고 2040년이면 245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이때부터는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출생아가 줄어 인구감소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출산 핵심 세대도 지금보다 10여년 뒤에는 확 줄어든다. 현재 주출산 연령대인 1990년대생은 연간 60만~70만명이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뒤 주출산 연령대로 접어드는 2000년대생은 연간 40만여명에 불과하다. 같은 저출산 대책을 써도 늦으면 늦을수록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골든타임은 기성세대의 은퇴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연공제 중심의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임금이 오른다. 청년들의 소득과 자산 등 경제적 여력이 출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커지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장 많은 ‘평생직장+연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 중장년층 세대와 청년세대 간 불평등 문제는 10년 후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완화될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가량 발생할 불평등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골든타임 안에 저출산을 막지 못하면 한국은 10년 뒤부터는 인구지진에 직면할 확률이 커진다. 인구지진이란 영국의 작가이자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가 만든 용어다. 지진보다 인구 고령화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최슬기 교수는 “(골든타임이) 실제로는 10년이 채 안 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부터 5년 정도의 기간이 중요하다. 저출산 대책을 내놓을 거라면 속도감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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