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언론배급시사회 / 사진=권광일 기자 |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누군가에겐 승리의 밤으로 기억됐을 그날의 민낯이 드러났다. ‘서울의 봄’은 끝까지 맞섰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치열했던 그날의 밤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서울의 봄'(연출 김성식·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돼 현장에는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김성수 감독이 참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날 김성수 감독은 자신이 19살 때 한남동 자택에서 직접 12·12사태 총격전을 들었던 사실을 밝히며 “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면 각자 살아온 생애와 갖고 있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냐. 전 1979년 12월 12일로 돌아가서 그때 제가 생각했던 상황을 재현하고, 그때 휩쓸렸던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객들을 그 상황에 몰아넣고 경험해보길 바랐다. 진짜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봐 주시길 바란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또한 김성식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땐 굉장히 잘 썼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역사 사실에 입각해 있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땐 고사했었다”며 “시간이 지난 후 2020년 여름쯤 다시 받았다. 전두광 패거리와 끝까지 맞섰던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가 입증됐다. 아무도 그들과 맞서지 않았다면 역사에서 승리자로 영원히 기록됐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들과 맞섰던 훌륭한 군인들, 진짜 군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반란군의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걸 장르적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싶었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영화에선 양쪽의 엎치락뒤치락한 것이 많았다. 그걸 극적으로, 영화적으로 구성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성식 감독은 “처음엔 역사에 대한 기록을 샅샅이 봤다. 근데 각색 작업을 하면서부턴 실제 기록을 뒤로 미뤄놓고 어떤 것이 역사의 기록이고, 어떤 것이 가상인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성식 감독은 “다만,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있던 대단한 군인들이 순간순간 어떤 것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누가 끝까지 신념을 지켜내고, 개인의 영광을 위해 탐욕의 세력을 따라가고 묵인하게 되는지 관객분들이 자연스럽게 보길 바랐다”며 “그 혼란 속에서 그들이 내린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성식 감독은” “제 1980년대는 절망과 패배감이 있었다. 그 최루탄 속에 갇혀 제 20대가 흘러간 아쉬움이 있다”며 “그들은 법정에 서서 판결을 받아도 신군부세력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논리로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그분들끼리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멋대로 만들었다. 이건 제 해석에 입각한 것이다. 제 해석을 배우들이 해석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줬다”고 설명했다.
김성식 감독은 “영화라는 것은 창작을 통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점화된다. 그것이 창작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또 다른 이야기, 스토리텔링이 될 땐 %로 나누긴 힘들다. 저는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제 영화는 어떻게 보면 많은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라며 “하지만 맨 마지막엔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 사진으로 끝내고 싶었다. 멋대로 해석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승리의 기록으로 남긴 기념사진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제가 여기서 출발했고, 여러분도 저처럼 그때의 시대를 되돌아보고 생각해주시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 언론배급시사회 / 사진=권광일 기자 |
극 중 전두광 역할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은 “시나리오 안에 모든 정답이 나와있었다. 그 안에 철저하게 입각해서 그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보여줬던 악역들과 차이점에 대해선 “제가 ‘아수라’ ‘수리남’ 등 수많은 악역들을 했었다. 이번엔 이런 악역을 하게 됐다. 제 나름대로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두광의 대척점에 서있는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전두광 패거리들은 감정의 폭주지 않냐. 자기 감정에 굉장히 솔직하고, 자기 감정을 이루는데 맹목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반면 이태신은 억제했다. 스스로 감정을 억제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했다. 감정 대 감정으로 붙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은 이쪽(전두광)이 불이면, 저는 물의 대결이길 바라셨다. 근데 장작이 된 것 같았다. 저 뜨거운 열기를 참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하고, 다시 입으로 뱉기까지 또 한번 생각하는 억제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김성식 감독은 “황정민과 마지막 장면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두광을 악마로 그리기 보단, 인간이고 저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실존 인물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저는 전혀 알 수 없다. 제 생각에 이 영화 속 전두광은 저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승리하는 순간, 이 승리가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 부메랑이 돼서 올 수 있다는 걸 느꼈을 것 같다. 그럴만큼 양심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제 영화에서만큼은 그런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저는 그 사람들이 했던 12·12사태를 얼마 전까지 승리의 역사로 기억하는 것을 보기 싫었다. 이 영화에서만이라도, 그게 잠깐의 승리고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었다”며 “전두광은 그날 잠깐, 어쩌면 이 승리가 좋은 것만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불현듯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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