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집계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내부에서도 다양한 보조금 및 고용 정책 등을 통해 강력한 소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합리적인 국가 경제 성장을 유지하며 ‘투자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경기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왕타오 UBS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투자 관련 세미나에서 “외국인 투자 감소가 서구 정부의 ‘위험 제거’ 시도와 높은 달러 차입 비용 등의 요인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모든 외국 기업은 정부의 정치적, 상업적 압력과 기타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중국에서의 참여를 줄이고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소위 ‘중국 플러스 원’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 지난 10년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는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10년의 절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중국의 FDI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직접투자 부채는 지난 3분기 118억달러(약 15조546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1998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첫 분기별 적자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에 대한 장기 전망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향후 몇 년 안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2~3%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쟝광 징둥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소비가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므로, 경제 성장이 합리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정책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고용을 촉진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위안촨 상하이재경대 총장은 “미국의 정치적 압력과 중국 무역구조 변화로 인해 중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 중 하나인 일본 등이 물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총장은 “현재 경기 침체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고,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거대한 시장 규모를 활용하고 강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샤오준 전 세계무역기구(WTO) 부국장은 정치적 압력만으로는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 보안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경제원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단순히 이념을 강조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15일 현지 기업 대표들과 만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를 통해 중국 투자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한편, 협력과 동반성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