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민생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담회를 열고, 불법사금융 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간담회에 금융 관련 장관급 조직인 금융위원회는 빠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후 금융감독원을 직접 찾아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긴 했지만, 관련 부처인 금융위 관계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석열 사단’인 이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없으면 이 원장이 더욱 돋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은 것은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게다가 방문의 성격도 완전히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저축은행 비리 사태를 질책하기 위해 방문했기 때문에 ‘문책’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민생 프레임’으로 금감원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을 비롯한 관계부처 참석자들을 직접 거론하며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일정 조율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불법사금융 범죄 사안의 시급성 때문에 금감원을 급히 찾았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을 강조하면서 민생약탈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장도 이날 당초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세종시·한화손해보험과의 지역 사회공헌 협약식을 급하게 연기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으로 이 원장의 차기 행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출마 러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에는 이 원장의 대통령실 행을 점치는 추측도 많다.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이다. 다만 이 원장은 여전히 내년 총선에서 가능성 높은 여권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험지 출마 후 대통령실로 가는 그림을 점치기도 한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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