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위해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과도한 이민 정책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했다. 외국인 전문인력의 장기체류 유도를 위해 영주권 획득의 소득 기준과 학력 요건을 완화하고, 과학·기술 인재에 집중한 귀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중장기 재정현안 분석 인구위기 대응전략: 이민정책을 통한 경제활동인구 확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은 51만4445명으로 이 가운데 전문인력 비율은 12.4%(6만3850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외국인 전문인력으로 분류하는 비자는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단기취업(C-4) 등 8종이다.
외국인 전문인력이 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하는 비율은 절반(50.8%) 수준에 그쳤다. 재외동포(80.6%), 결혼이민(71.6%), 방문취업(63.0%) 등 보다 낮은 수치다. 체류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상당수가 현 비자(E1~E7)를 연장하길 원했다. 영주자격 취득을 원하는 경우는 13.7%, 한국국적 취득을 희망하는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유럽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한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를 보면 조사 대상 국가 133개국 중 한국은 27위를 기록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인재유입, 여성인력 비중 등을 측정하는 ‘매력도’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국가 중 55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외국인 전문인력의 장기 체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과도한 비자발급 및 영주권 획득 기준 요건을 꼽았다. 전문인력이 국내 장기체류를 위해서는 E계열 비자를 주기적으로 연장하거나 거주(F-2) 및 영주(F-5) 자격으로 변경해야 한다. 일반영주자(F-5-1) 비자 획득 자격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2배 이상(지난해 8440만원)의 소득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젊은 연구인력이 소득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영주 자격 획득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활동(E-7) 체류자가 일반영주자 자격을 얻는 경우 학사 학위 이상 학력 요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7 비자를 보유한 주방장, 조리사, 양식기술자 등 전문인력은 학력에 관계없이 경력형성이 가능하지만 이런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전문인력의 장기체류를 위해선 우선 소득 기준과 학력 요건 등을 상황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급 전문인력에 집중된 우수인재 비자발급 우대조치를 중간 숙련인력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의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에 따른 이민정책 예산은 지난해 3326억원에서 내년(안) 3625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분별로 전문인력(379억원)은 유학생(1261억원) 다음으로 예산 비중이 높게 편성돼 있다. 외국인 단순기능인력(52억원) 지원 예산과 비교하면 7.3배 규모다. 보고서는 중간 숙련인력의 정주화가 국내 노동시장을 보완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정책의 컨트롤 타워 부재는 종합적인 외국인력 정책 수립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현재 각 부처에서 수행 중인 이민정책은 통합적인 조정 기제가 없어 정책 간 칸막이, 중복,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실제 전문인력 중 숙련기능인력 점수제(E-7-4)는 법무부, 그 외 전문인력 유치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비전문인력인 고용허가제(E-9, H-2)는 고용노동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준비 중인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설립 준비조직 역시 법무부의 내부인력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부처의 의견을 종합할 수 있는 이민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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