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요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철회 후 재추진하려는 시도에는 ‘국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드려야 하는 무거운 심정”이라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임에 틀림없으나 많은 국민들이 이 법안만큼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재의요구권을 요청하는 시점은 저울질 중이다. 윤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과 양곡관리법을 통해 보셨겠지만,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정부 해당 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한다”며 “당의 입장을 적절한 시점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강행 처리했다고 봤다. 그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우리 경제의 추락을 불러올 망국적 악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결국 이런 문제가 많은 법안을 민주당이 지난 정부 내내 미뤄왔던 것은 경제에 미칠 심각한 악영향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 통과시킨 것은 총선을 앞두고 노조와 손을 잡기 위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3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좌파 성향의 직능단체, 학술단체 등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제공함으로써 선거 때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겠다는 총선용 거래법안”이라며 “헌정사를 아무리 뒤져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정당과 이념 집단 간 선거 거래를 법률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의 표결 추진에 대해선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는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전날 필리버스터를 철회했고 이에 따라 법안만 처리한 뒤 본회의가 종료됐다. 본회의가 열리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만큼 3일 전 공고해야 하는만큼 72시간 안에 본회의가 열리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폐기된 탄핵소추안은 이달 말께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발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법 제90조 제2항은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은 본회의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탄핵소추안은 보고가 되는 순간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며 “탄핵소추안은 체포동의안과 달리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가 되기 때문에 보고가 되는 순간 의제가 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탄핵안이 아직 폐기 전이고,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철회 후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별도의 동의 절차 없이 탄핵소추안에 대한 철회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동의 없이 철회하더라도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혀둔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은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무도한 탄핵소추안을 어떻게든 통과시키기 위해 일사부재의 원칙의 근본을 흔든다면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철회한 필리버스터를 온라인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많은 의원님께서 준비하셨던 만큼 대국민 보고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온라인 필리버스터는 기존 참여 예정이던 60명의 의원과 추가 희망 신청을 받아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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