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에서 주식 자금을 22억달러 빼갔다.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총 27억8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증권투자자금 중 주식자금은 22억달러 순유출됐다. 지난해 6월(-30억1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한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된 가운데, 2차전지 업종 등의 차익실현 등으로 순유출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자금도 5억8000만달러 순유출되며 전월(-1억달러) 대비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공공자금을 중심으로 소폭의 순유출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평균 원·달러 환율은 9월 1349.3원에서 10월 1350.5원으로 소폭(1.2원) 상승했다가 이달 8일 기준으로는 1310.6원을 기록하며 크게 떨어졌다. 한은은 “예상보다 비둘기파였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미 국채금리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에 더불어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흑자 규모 확대와 개선 전망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FOMC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졌다”고 평가하며 시장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를 키웠다.
원·달러 환율 변동률은 전월보다 확대됐다. 10월 중 전일 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5.8원으로 9월(3.5원)보다 커졌고, 변동률은 0.43%로 9월(0.26%)보다 올랐다.
10월 중 국내 은행 간 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305억5000달러로 전월(325억4000만달러)에 비해 19억9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월 평균 40bp(1bp=0.01%포인트)로 전월(32bp)보다 8bp 올랐다가, 11월 이후에는 연준 긴축 우려 완화 등으로 35bp 수준(8일 기준)으로 하락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 파생상품이다.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프리미엄이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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