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것이 정치의 한 단면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관계가 그렇다. 조금 더 올라가면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DJP연합이 상징적이다. 하물며 정치인들의 말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고정적이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말도 바뀐다. 그래서 말 자체보다는 그 말의 맥락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정치권에 가장 말이 많은 것은 ‘이준석 신당’이다. 출범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누가 같이 할 것인가, 핵심 타깃 지역은 어디인가, 여야 어느 쪽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인가 등등 각종 분석과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신당과 관련한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한껏 판을 키우고 있다. 정치 뉴스에는 그와 접촉한 인사들이나 그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언급이 오르내린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그가 신당 창당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실제 창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에게 물으니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봐 달라”는 답을 내놓았다. 하나의 선택지인 것은 분명하나 정해놓고 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에게 창당은 ‘마지막 선택지’이고,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열정적으로, 기쁨에 차 추진하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창당이 실제화할 가능성을 낮춘다. 창당까지 가기에는 아직 변수들이 여럿 있다.
한 달여 전 만난 이 전 대표는 가슴에 맺힌 게 많았다. “나쁜 사람들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속내를 토로했다. 그가 말한 ‘나쁜 사람들’은 현 정부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이른바 ‘윤핵관’을 말한다. 이 측면에서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의기투합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난 홍 시장은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는 세력을 정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통령은)신용 자본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 전 대표의 말과 겉보기에는 결이 다른 듯 보이지만 맥락은 같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고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과 같다.
지금 나오는 ‘이준석 신당’에는 비전이 없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명분은 차고 넘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창당에 대한 열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이 전 대표에게 최선은 국민의힘에 있으면서 대통령 국정 기조의 변화와 인적 쇄신을 끌어내고 그걸 바탕으로 내년에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그는 12월 말을 기한으로 본다) 창당에 나설 것이다. 그래서 ‘이준석 신당’의 탄생 여부를 좌우하는 사람은 이 전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에게 내년 총선은 ‘제2의 대선’이다.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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