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물갈이’를 선언했다. 앞서 당 지도부,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제안한 데 이어 우세지역에 청년 공천을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물갈이 대상이 된 이들의 무관심과 반발로 인해 혁신위의 인적 쇄신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혁신위는 9일 청년 정치인을 대거 중용하는 내용을 담은 ‘3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3호 안에는 △비례대표 당선 가능한 순번에 45세 미만 청년 50% 의무화 △우세지역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권고 △전 정부 기구 및 지자체 모든 위원회에 청년 위원 일정 비율 참여 의무화 및 확대 등이 포함됐다.
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청년층을 공략하고 인적쇄신을 통해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3호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해 이를 관철할 계획이다. 지도부가 자신들이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의 안건을 거부할 경우 혁신위는 물론 지도부의 혁신 의지에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혁신안에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우세지역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이다. 당에서 우세지역은 텃밭인 영남지역이 꼽힌다. 혁신위에서 영남지역 인적쇄신 필요성을 연일 언급하는 상황에서 영남지역 ‘물갈이’를 위한 포섭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앞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영남지역 다선 의원들의 물갈이를 시사했다. 지난 3일에는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인사사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를 권고했는데, 김기현 대표(울산)를 비롯해 당 지도부 주요 인사들은 영남 출신이다.
당 중진들과 친윤계 인사들 역시 험지보다는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혁신위가 3호 안을 발표하면서 권고 대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점도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인 위원장의 권고안을 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접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고 대상자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을 지도부에 넘기는 것이다.
실제 권고 대상자들은 혁신위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라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들 역시 별다른 반응이 없다. 친윤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5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서울에 안 간다”고 권고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부산에서 5선을 지낸 서병수 의원이 “방향은 맞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 제안이 ‘권고’ 수준에 그칠 경우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권고 사항이 당 지도부에 공식 의제로 전달될 경우 당내 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당내 인사는 “권고 사항이 혁신안으로 지도부에 전달될 경우 혁신위와 지도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 위원장은 이들의 이같은 반응에 “기다리면 된다고 본다”며 “제가 듣기로는 국회 일정이 좀 많이 남아있다”고 우회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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