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작가 부인 이지현씨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0.1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만화 ‘검정고무신’ 그림작가 고(故) 이우영씨 유족을 상대로 출판사 측이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유족 측이 출판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 측 요구를 받아들여 이 계약은 해지됐다. 향후 출판사는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용이 금지된다. 이씨 측 유족은 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항소 의지를 피력했다.
◇4년 저작권 분쟁서 1심 “유족 배상 책임, 출판사엔 캐릭터 사용 금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찬석)는 9일 오후 장진혁 형설퍼블리싱 대표와 이영일 스토리 작가, 스토리 업체 형설앤 등이 이씨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씨와 출판사 측이 맺은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이씨 측이 장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 측이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7400여만원과 지연이자 등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 측이 청구한 계약 해지 부분을 받아들였다. 이 계약은 이날로 해지되며 출판사는 더는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각 계약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장 대표와 형설앤은 각 캐릭터에 표시한 창작물 및 이에 대한 포장지, 포장 용기, 선전광고물을 생산, 판매, 반포, 공중송신, 수출,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 밖에 이영일 작가의 손해배상 청구를 비롯한 나머지 본소·반소 청구들은 모두 기각됐다.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날 소송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약간 중도적 판결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권리가 와 있는 것 같은데 유족으로선 배상 책임이 생겼다”며 “처음부터 계약 무효 부분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음에도 받아들여 지지 않은 부분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건 갑을관계에 있었던 창작자들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기 때문에 이번에 그 예외를 받아들여 자유롭게 계약 무효를 인정해 달란 취지였다”며 “이 같은 사회적 요구가 있었음에도 (이같은) 판결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송 당사자이기도 한 이씨 배우자 역시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아이 아빠, 남편이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논의해서 항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판사 “계약 위반” vs 이우영 “불공정 계약”…공방 속 이씨 극단적 선택
검정고무신은 1990년대 국내 인기 만화로 이씨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이씨는 생전 자신이 그렸던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화를 위해 2008년 장 대표와 그룹 산하에서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과 세 차례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이영일 작가도 함께했다.
문제가 된 건 지분 배분 이후 체결된 3차 사업권 설정계약이었다. 이때 설정한 사업권에는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됐다. 근데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앞선 1, 2차 사업권 설정계약서엔 계약 기간 5년으로 명시됐었다.
아울러 지분율은 이우영 27%, 이영일 27%, 장진혁 36%, 이우진 10%로 결정됐다. 이우진씨는 이씨 동생이자 공동 그림작가로 이씨가 군 복무 중일 때 일부 에피소드를 대신 그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이후 이영일 작가 지분 17%를 추가 매입하면서 53%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형설앤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캐릭터 사업을 할 수 있었다. 2014년까지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관련 사업 권한이 1~3기를 제작한 한국방송공사(KBS)에 있었기 때문이다. 형설앤은 2015~2022년까지 원작료 약 8600만원을 지급했다. 이씨 몫은 지분 27%를 반영한 2323만6751만원이었다.
이씨 측은 저작권 일부를 장 대표에게 양도했음에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불공정 계약’이라며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출판사 측은 이씨가 ‘검정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게 돼 있는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며 2019년 11월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측도 2020년 7월 맞소송(반소)을 걸었다.
한편, 이씨는 이 같은 분쟁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3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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