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만화 ‘검정고무신’ 그림작가 故 이우영씨의 유족 측에 출판사의 손해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 측 청구를 받아들여 이씨와 출판사가 기존에 맺은 저작권 계약의 해지를 인정했다. 이에 출판사는 더이상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9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찬석)는 이날 오후 장진혁 형설퍼블리싱 대표와 이영일 스토리 작가, 캐릭터 업체 형설앤 등이 이씨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이어 이씨와 이씨 측 유족이 출판사 대표 측에 제기한 맞소송(반소)인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양측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이씨 측에게 손해배상금 7400여만원과 지연이자 등을 출판사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기존에 맺은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이씨 측 유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 측이 요구한 계약 해지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출판사 측은 더이상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 및 이에 대한 포장지, 포장 용기 등에 대한 생산 판매 등을 하지 못하게 됐다.
1990년대 국내 인기 만화인 ‘검정고무신’은 이씨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스토리를 구상했다. 이씨는 생전 자신이 그렸던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화를 위해 지난 2008년 장진혁 대표와 산하에서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과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후 원작료 등 저작권 계약 관련 이씨와 출판사 측 간 갈등이 깊어졌고 이씨 측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불공정 계약’이라며 계약 무효화를 요구했다.
반면 출판사 측은 이씨가 ‘검정고무신 관련 모든 창착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며 2019년 11월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씨 측은 2020년 7월 저작권 일부를 출판사 측에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맞소송(반소)을 걸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17일 ‘검정고무신’과 관련해 장 대표에게 불공정 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된 수익을 이 작가 등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비슷한 무렵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와 기철이 등 캐릭터 9종에 대한 공동저작자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 처분했다. 이로써 이씨만이 유일한 저작가로 인정받게 됐다.
한편 이씨는 길어지는 저작권 소송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