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시장 1위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등 소주 제품 출고가를 9일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주류 도매업 단체는 당분간 소주 도매가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날 “소주 업체의 제품 출고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류 도매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류 유통질서 확립을 취지로 설립된 이 단체는 전국 도매 사업자 1100여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참이슬 출고가를 6.9%, ‘진로’ 출고가를 9.3% 올렸다. 360mL 병과 1.8L 미만 페트병 제품이 대상이다. 참이슬 360mL 출고가는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81.1원 올랐다. ‘테라’ ‘켈리’ 등 맥주 가격도 이날부터 평균 6.8% 상향 조정됐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출고가 인상 여파로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 지금보다 1000원 정도 비싼 6000~7000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소주 출고가는 2019년(참이슬 65.5원,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73.0원)과 지난해(참이슬 85.4원, 처음처럼 65.5원) 두 번 인상분을 합쳐도 200원이 채 오르지 않았다. 그사이 식당, 주점의 소주 판매가는 4000원에서 6000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소비자 가격 중 음식점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출고가가 100원만 올라도 식당 소줏값은 1000원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도매가 인상을 최대한 늦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트진로 측에서도 도매상에 인상 전 가격으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당분간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회가 도매가 동결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일선 음식점도 가격 인상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서울 충정로의 한 횟집은 10일부터 소주를 종전보다 1000원 올린 6000원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당분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외식업계에선 물가 상승 압력이 커 업주들이 눈치 보기를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소주 판매 가격을 올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포의 한 이자카야 대표는 “주변 움직임을 지켜봐야겠지만, 5000원인 소주 가격을 6000원까지 올리지 않을까 한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소주 가격은 인상됐다. 편의점 기준으로 이날부터 참이슬 360mL는 1950원에서 2100원으로 7.6% 올랐다. 진로 360mL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인상됐다.
하헌형/한명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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