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의 풀어진 고삐를 다시 당기고 있다. 여당의 전격적인 ‘필리버스터 철회’ 전략에 무산되자 하루 만에 철회하고 이달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여당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들어 다시 제동에 나섰지만, 야당은 국회법상 문제가 없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당이 발의한 이 위원장과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번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하지 못한 만큼, 오는 30일에 재추진하기 위해 다시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흔들림 없이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앞서 추진한 탄핵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당초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여당이 추진하려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가 야당이 표결할 수 있는 활로가 됐다는 점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이 표결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했다. 보고 후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안 철회 후 재발의로 재추진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여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꼼수로 문제 인사 탄핵을 잠시 미뤘는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수는 없다”며 “전날(9일) 소통으로 여당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가 진정성 없는 정치쇼라는 것만 들키고 방송장악과 언론파괴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만 분명해진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당 최고위원들도 “여당이 이동관 지키기를 위한 방탄국회를 선택했다”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가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철회를 꼼수라고 하는데, 오히려 꼼수를 쓴 쪽은 다름 아닌 민주당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합법적 절차에 의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저지하겠다는 당의 대응을 오히려 야당이 탄핵안 표결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당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고 부당한 탄핵소추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여 의결할 것이 뻔했던 만큼, 방송개혁과 부패수사라는 국가 주요 업무가 공백 상태에 놓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급기야 탄핵에 대한 갈등은 국회법 해석 논란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이번 탄핵안에도 적용되는지 논쟁이 불거지면서다.
민주당은 국회 사무처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 보고만 된 것이기 때문에 철회가 가능하고 동회기에 다시 올릴 수 있다”며 “이미 사무처도 이번 탄핵안이 일사부재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사무처 역시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발의됐다고 밝힌 것은 단순 보고이지 안건이 된 것은 아닌 만큼, 철회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급기야 사무처가 민주당과 “짬짬이 돼서 국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다”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내는 상황이다.
윤 원내대표는 “보고되는 순간 시간이 카운트되지 않나.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며 공식 안건으로 분류되는 것은 보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회법의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의사국에 대한 감찰·조사·항의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30일과 12월 1일 연이어 잡혀있는 본회의 등을 시기로 해서 탄핵 추진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사무처의 해석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가능한 범위 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고, 편파적으로 해석한 것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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