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나도 감동 받았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습니다”다. 시즌 막판, 홍원기 감독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 이정후(25)였다. 7월 말 발목 신전지대 수술 후 재활을 이어가면서, 1군 훈련에 합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키움의 마지막 홈 경기(10월10일 고척 삼성전) 전까지 혹시 실전을 한 번이라도 소화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어차피 내년부터 메이저리그로 가면, KBO리그에서 다시 못 뛸 수도 있다. 키움과 이정후가 팬 서비스를 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홍원기 감독은 해당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유행어를 말하며 넘어갔지만, 사실 일찌감치 홈 최종전 출전을 결정한 상태였다. 9~10일 마무리훈련을 갖는 원주 태장체육공원 야구장에서 만난 홍원기 감독은 “좀 더 미리 말했다면 더 많은 분이 오셨을 텐데”라고 했다. 미처 더 빨리 알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홍원기 감독은 “처음엔 한 타석(대타)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팬들을 길게 못 볼 것이고, 그러면 1이닝 정도 수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봤다. 그래서 그렇게 썼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8회말에 한 타석을 소화했고, 9회초 1이닝 수비를 했다.
이정후는 당시 키움 출신 김태훈을 상대로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더 빨리 칠 수도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긴 승부를 이어갔다는 이정후의 회상(키움 유튜브 채널)도 있었다. 어쨌든 이정후는 타격 후 덕아웃으로 돌아가며 그라운드를 채운 키움 팬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피트 푸틸라 단장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키움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고형욱 단장은 아예 관중석에서 마지막 순간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았다. 덕아웃의 홍원기 감독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1개월 전 그날을 회상하며 “감동적이었다”라고 했다. 오랜만에 이정후가 타격하는 걸 봐서 좋았고, 이제 떠난다고 하니 섭섭했고, 앞으로 못 본다고 하니 슬픈, 그런 여러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키움 팬들도 그랬을 것이다.
홍원기 감독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본인은 유격수를 하다 외야로 돌린 걸 고맙게 생각하던데, 사실 내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지도자도 그랬을 것이다”라고 했다. 유격수 이정후를 외야수로 변신시켜 타격에 집중하게 한 지도자가 홍원기 감독이다. 이정후를 중견수로 기용해 훗날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하게 배려한 지도자 역시 홍원기 감독이다.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하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정후 역시 키움에서 보낸 7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이날 원주와 고양 훈련장에 커피차를 보내며 여전한 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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